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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be Nov 24. 2022

제발 내 주변에서 꺼져줄래.

주변에 입에서 나오는 말이 깨끗하지 않은 부하 직원이 있었다. 녀석은 허구한 날 책상에 앉으면 한 숨만 쉬고, 입으로는 원한을 가진 상대에 대해서 죽일 놈, 나쁜 놈을 여과 없이 내뱉는 녀석이었다. 회사에 대한 불만도 어찌 많은지 다른 회사를 부러워하고 자신이 다니는 회사는 마땅한 대우를 하지 않는다고 불평 일색이었다.  

 "다른 회사는 연봉도 훨씬 많고, 복지 조건도 좋구요, 근데 우리 회사는 정말  뒤떨어져요" 


직장인들이 동료나 상사 욕을 하고 회사 흉을 보는 것은 가십거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 회사 욕하지 않고 회사 생활을 하는 바른 직장 생활인이 있을까? 동료들과 삼삼 오오 모여서 싫은 동료나 부하 혹은 상사를 험담하고 회사의 처우에 대해서 불만은 공통 관심거리가 되고 쉽게 상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화 소재다. 나도 싫은 동료, 부하, 상사가 있고 내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회사가 싫어서 기회만 있으면 다른 회사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부하의 불만을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것도 상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공공의 적인 상사와 회사를 욕하면서 동료애가 쌓인다고 생각해서 녀석의 불만을 가만히 들어주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녀석의 불만은 멈출 줄 몰랐고 내 정신이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쓰레기 더미들로 불쾌하게 오염되는 것을 느꼈다.  


전 날 아내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침에 운동도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사무실에 출근해서 하루를 기대하며 책상에 앉았다. 처리해야 될 업무, 동료와 싫은 소리를 하며 조정해야 될 일들이 많았지만 좋은 생각과 상쾌한 기분으로 출발하면 임무를 잘 완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부터 나를 지배하는 기분과 생각은 하루를 지배하고 다음 날을 지배하고 일주일을 지배하고 1년을 지배하고 평생을 지배한다. 항상 머리로 "상쾌한 기분과 좋은 생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씨, 미친 XX" 정말 짜증 나..."


옆에서 녀석의 출현과 함께 유쾌하지 않은 언어가 내 귀를 파고들어 오렌지색, 노란색, 하늘색, 핑크색, 그린색으로 가득한 기분과 생각을 올 블랙으로 물들여 버렸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이 XX, 욕하려면 혼자서 속으로 욕하지, 왜 나하고 공유를 하는거야--;"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녀석이 더러운 말들을 흘릴 때마다 밖으로 사라지곤 했다. 불만이 있고 화가 나면 혼자서 사람 없는 곳에서 곱씹으면 되지 왜 타인의 기분까지 망치면서 부조리한 사회의 레지스탕스나 되는 것처럼 조용하지만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걸까? 


사람의 기분과 언어는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밝은 에너지, 좋은 말을 하는 사람 옆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생각과 좋은 말을 쓰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 대한 매너와 배려이다. 화가 나고 불만이 있으면 차 안에서 혼잣말로 욕하거나 데스노트를 써서 혼자서 상대를 저주하면 된다. 


16년 이상 회사 생활을 하면서 사람, 회사, 사회, 정치 등 욕을 안 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동료들과 가까워지려고 이런 무리들에 들어가 본 적도 있지만 내 생각이 오염되는 것을 느끼고 이들과 멀리 하기 시작했다. 불만 많고 욕을 하는 사람들의 뇌는 진화 속도가 빨라서 어떤 긍정의 상황에서도 부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창의성이 뛰어나다. 이들의 입은비가 오고 개인 후 상쾌하고 눈부신 맑은 하늘을 봐도, 맑은 하늘에 날 벼락을 걱정하며 하늘을 욕한다.    


자가용 출퇴근을 하면서 아침, 저녁마다 시사 뉴스를 듣곤 했다. 전문가들이 나와서 정부를 연일 비난하는 것을 들으면 고소하고 속이 시원했다. 인터넷 뉴스도 찾아보면서 정부나 갑질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기사를 찾아보고 댓글들도 빠짐없이 읽었다. 날이 갈 수록 더 심하게 가혹하게 정부나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을 기대하며 뉴스에 빠져 버렸다. 뉴스를 접함으로 인해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는 계기도 되었지만 뭔가를 비난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내는 것을 느끼고 뉴스를 듣고 인터넷 기사를 보는 것을 멈춰 버렸다. 


이 녀석이 한 번 정도 이런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상대의 부조리에 나도 욕이 나오고 화가 나지만, 

  나한테는 들리게 자히 말아줘,  너의 더러운 말들이 아침부터 나의 기분을 더럽게 만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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