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도와 실천을 반복합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자꾸만 텀블벅에 들어가 오늘은 몇 퍼센트 일까 확인하게 됩니다.
사서걱정이 취미인 저는 "망하면 어쩌지?"를 입에 달고 사는 요새입니다. 오늘은 텀블벅 메인에 떴습니다.
저의 걱정이 아주 조금씩 달아나 주면 참 좋겠습니다.
리워드를 준비하며, 많은 고민을 합니다.
첫 번째 책인 <괜찮은 날>을 서점에 입고할 때, 포장지로 비닐을 사용하기 싫어 일일이 종이로 작게 포장을 했습니다. 종이 수집이 취미인 탓에, 집에 남아도는 종이들을 절반으로 잘라 한 권씩 감싸 안았습니다. 사실, OPP 비닐이 가장 저렴하고 손쉬운 방법은 맞습니다. 책을 보관할 때도 비닐에 싸여있는 책은 손이 덜 갈 테니까요.
이번 책자는 비규격 사이즈에, 엽서도 비규격으로 제작하는 중이라, 포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번에도 비닐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책싸개를 만들까? 주머니를 만들어볼까? 여러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결과는 아마 선물을 받아보시는 날 아시게 될 테지만요. 혹 누군가 이 글을 보시고, 혜안을 주시지 않을까? 싶어 부러 글을 적습니다.
이번 책은 150*150mm 정사각형 사이즈의 책자입니다. 표지는 랑데뷰 내츄럴 160g 에 내지는 백색모조 80g을 사용했습니다. 무광 단면 코팅을 했고, 책 제목과 물건들에만 에폭시로 후가공 처리를 했습니다.
충무로 인쇄소에서 디지털 인쇄로 가제본 두 권을 뽑아보고, 아, 너무 좋다! 감탄했습니다. 처음 해 본 에폭시 후가공 작업도, 깔끔하게 잘 나왔습니다. 1년 전 이맘때, <괜찮은 날>의 가제본을 받아보았을 때의 마음과 비슷한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둘 중에 대체 무얼 골라야 하는 거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친구들에게 물어 투표를 하기도 했고요. SNS에 올려 의견을 듣기도 했습니다. "잘 팔리려면 하얀색을 골라야 해!" "독립생활자들의 색감으로 가야지!" 등등 다양한 의견이 줄을 이었습니다. 지금의 색상을 고르기까진 짧고 굵직한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가제본으로 제작한 노르스름한 표지의 색상은 <독립생활자들> 만화 속에서 계속 영향받는 색상을 입혔습니다. 색깔로 보는 <독립생활자들>의 이야기를 해본다면, CMYK 값 중 K값 10으로 시작해 Y값이 늘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독립을 하고, 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계속 변화하며, 동시에 자신의 색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눈에 띄게(?) 하고 싶었습니다. <독립생활자들>은 처음 그릴 때부터 출판을 계획했고, 한 권의 책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의 색상이 그러데이션처럼 연결되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디자인과 편집엔 쪼렙이라 책 속의 주인공 색깔이 그러데이션처럼 부드럽게 연결되진 못했지만, 처음의 의도는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독립생활자들> 시즌1 시작 편의 마침표는 Y30, K22로 끝이 납니다. 표지 색상도 동일하게 입혔습니다. 주인공 옷에만 입혔던 색을 표지에 입히니, 생각보다 너-무 꾸리꾸리 한 겁니다. 의도하고 싶었던 것은 '따뜻한 노랑' 색이었지만, 카키색과 비슷한 꾸릿함에 짐칫 고민을 합니다.
차라리 표지색을 빼고, 물건들에 색을 입히는 건 어떨까? 싶어 두 번째 작업, 하얀 배경에 물건들의 색을 살렸습니다. 사실 처음 의도와는 다른 작업이었습니다. 예쁘게, 잘 보이고 싶은 욕심에 시도한 작업이었습니다.
밤새 고민한 끝에,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처음 의도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단, 좀 더 따뜻한 노랑으로 바꾸어보자는 생각에, K를 빼고 M을 넣었습니다.
가제본을 할 땐, 이것저것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표지에 코팅을 해보지 않는다거나, 내지를 뉴플러스 백색 종이로 인쇄한다거나, 쪽번호에 도형을 씌워 무늬를 준다거나 만든 사람만 알아보는 작은 실험들입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최종 출판하려는 책의 샘플을 보는 게 목적이지요.
충무로를 돌며 인쇄소에 들어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친절한 부장님(?)을 만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표지를 코팅하지 않으면 책이 터질 수 있다, 뉴플러스는 코팅된 종이라 번뜩임이 있어 이런 만화책의 경우, 오래 보면 눈이 피로할 수 있다 등등 여러 조언을 들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책을 들고 가 보여드리며, 이건 어떤 종이인지 여쭈었더니, 재생종이인 '그린라이트'라고 알려주셨습니다. 내지에 잘 쓰이는 종이인데, 이 종이를 알아보는 방법은 질감, 색감보다 냄새로 먼저 알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책을 후루룩 펼쳐 그 사이로 냄새를 맡아보면, '아, 재생지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내지는 뉴플러스, 백색모조, 그린라이트 세 가지를 고민하다, 백색 모조지를 골랐습니다. 첫 번째 책인 <괜찮은 날>은 내지 미색모조 100g, 표지 몽블랑 210g으로 책의 분량보다 제법 두께감 있게 만들었습니다. 단점은 책이 부드럽게 펴지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두 번 실수하고 싶지 않아 내지와 표지 모두 전보다 얇게 선택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책이 도착했습니다. 네 박스의 책들이 방 한 구석에 몸 저 누워있습니다. 곧, 누군가의 손에 닿을 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140페이지 분량의 작은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과 걱정을 거듭했습니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는 이 작은 시도를 위해, 제 손을 거치는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선택하는 일들을 반복했습니다.
장황하게 적었지만 결론은, 분발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손에 닿아 기쁨이 될 수 있도록,
사소한 고민들을 거듭할 예정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리워드 엽서 세트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가을볕답게 뜨거운 햇살과 서늘한 바람결 사이로
따뜻한 안녕을 바랍니다.
이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