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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춘기 Sep 17. 2024

나의 괄약근에게

회사를 그만둘 수 없었던 이유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스타트업이라 인원은 모두 합쳐 봐야 다섯 뿐이다.


이날은 두 분은 외부 업무로 안 계셨고,

나머지 셋이 점심식사 후 커피를 사러 간 참이었다.

(회사 복지 차원으로 매일 점심 후에 커피를 사주신다.)


감기 끝의 지독한 잔기침으로 고생하던 때였는데,

담소를 나누다 또다시 잔기침이 쿨럭, 나오고 말았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감기 끝의 잔기침은 흔한 일이니까.


하지만 이런 일은 흔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기침과 더불어 눈치 없는 괄약근이 방귀까지 빡! 하고

내보내버린 것.


순간 정적이 흘렀고,

남은 두 분도 귀가 있는 이상

그 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가 없는 상황.


사무실로 돌아와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최근 입사한 내가 또 그만둘까 봐

(두 군데 빤스런하고 세 번째 직장이라)

괜찮다는 남편과 부끄러웠던 40대 중반의 나.


그러나,

대표님의 한마디로 퇴사 욕구는 사라지고 말았으니.


소고기는 못 참지.

그래. 이런 걸로 그만둘 순 없어.



열심히 일해야겠다 다짐한 순간이다. ㅎㅎ

아이 둘을 자연분만으로 출산하고

조절이 잘 안 되는 괄약근아.


이제는

자기주장 그만 펼치고 이 회사에 오래 근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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