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녀에게도 외로운 밤은 있다

by 쌀알

나는 혼자서 뭐든지 씩씩하게 해내는 K-장녀이다.
부모님에게 힘들다 투정 한 번 한 적 없고
묵묵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해낸 장녀이다.


어릴 때, 두 살 어린 남동생이
나를 때리고 놀리고 화가 나게 해도
나는 그냥 맞고 별말 없이 견뎌냈다.


씩씩하고,
조금은 불쌍한 장녀였다.


기껏 두 살 어린 동생을 이해해 주던 나는
그때 몇 살이었을까.

나는 아이가 아니었을까.


머나먼 친척도, 아는 사람도 없이 나는 홀로 타국에서 살고 있다.

해외살이는 어릴 적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멋지고 자유로운 삶일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일만으로도 벅차다.


홀로 타국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나를 떠올리면

가끔은 내가 조금 안쓰럽다.


매일 밤 엄마와 통화를 한다.

하지만 진짜 내가 힘든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날씨 이야기, 음식 이야기 같은 것들로

나의 하루를 가볍게 공유한다.


나는 K-장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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