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는 길 2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이 보증하듯 주인공인 세 남자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세상에 내던져진 청년이다. 비록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긴 하지만 세 갚는 것이 급급한 세 청년은 모두 꿈을 가지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우식과 야구 선수 출신이지만 방출당하고 새로운 꿈을 찾는 기봉, 그리고 배우가 되고픈 준기가 그 주인공이다.
작품의 할애한 시간의 대부분은 청춘들을 통한 희극이지만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극적인 변화 따위 없는 일상 혹은 비극에 가깝다. 준기역을 맡은 이이경의 뛰어난 연기력과 기교를 통해 웃음을 주지만 실은 ‘준기’의 일생은 처절하다. 적어도 ‘와이키키’ 안에서 보여준 노력은 누구도 비할 바 못된다.
거의 모든 회차에서 준기는 꿈꾸는 ‘배우’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발품한다. 단역부터 어린이 프로그램까지 자신이 나설 수 있는 무대라면 가리지 않는다. 감독이 소변을 참지 못하는 단역을 그 자리에서 자르는 것을 보고, 소변이 마려운 준기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소변을 참는 웃픈 상황을 재현하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줬지만 이는 실로 처절한 삶의 자취다.
이렇듯 투철하게 제 커리어를 누적한 준기는 새로운 작품에서 꽤 큰 역할을 선물 받는다. 하지만 그 배역은 본래 준기의 것이 아닌, 지인의 추천으로 준기를 넣었다는 사실을 이내 알아챈다. 준기는 내적으로 두 가지 심정이 물밀듯이 차올랐을 것이다. 하나는 중요도 있는 배역을 얻은 결실이, 차근차근 쌓아 올린 스스로의 족적이 아닌 타인의 것이었다는 사실에 대한 회의감이다. 결국 세상은 내 노력보다 중요한 무언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느낀 준기의 감정은 죄책감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조리를 보고 넘어가는 그런 상황에 대한 죄책감은 준기에게 특별하다. 자신도 과거에 같은 상황을 겪고 배역을 뱄기는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같은 경험을 해봤기에 ‘회의’보다는 ‘죄책감’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만약 준기가 억울한 경험을 공유하지 않았더라면 그저 양심으로부터 이 사실을 묻어두고 살아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죄책감에 배우라는 꿈을 포기하려는 순간까지 찾아온다. 하지만 그의 친구 정은이 나타나 고민을 해결할 활로를 제공해준다. 자신에게 배역을 빼앗긴 분을 찾아가 사과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준기는 무명 배우가 있는 극장에 찾아가 사과한다. 그리고 이 사과의 목적은 죄를 뉘우침으로써 양심의 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온전히 타자를 향한 사과다. 둘의 차이는 속죄가 나를 위한 것이냐, 타인을 위한 것이냐에 있다. 타인을 향한 사과를 함으로써 양심의 속죄의 몫은 이제 타자에게 있다.
“같은 상황이라면 저도 흔들렸을 거예요. 그래서 준기 씨는 연기 안 좋아해요? 좋아하면 그만두지 마요.”
이제 그 몫은 준기가 아닌, 무명배우애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준기의 고귀한 진실을 알아챈 무명배우는 위 대사를 던지며 사과를 흔쾌히 받아냄과 동시에 준기의 양심을 회복시켜준다.
실로 삶은 꽤 많이 불규칙적이므로 나의 노력의 결실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고, 의도적이든 아니든 나의 행위로 타인이 상처 입을 수 있음을 와이키키는 알려주고 있다. 실로 멋진 사람은 이 같은 비극을 이겨낼 힘과 타인을 이끌어줄 힘이 있다. 그렇기에 준기의 선택은 용감하며 멋진 사람인 것이다. 준기가 와이키키를 통해 선물한 것은 비단 헤픈 웃음에 국한되지 않는 이유다. 그리고 준기를 이끌어준 친구 정은도, 무명배우의 용서도 우리 삶에 교훈을 주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