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압박감을 견디는 일

성장하는 것

by 박규영

중학교 대회에서 만나 들었던, 3년 동안 뭘 했냐는 카게야마의 일침은 사실 히나타가 잠재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한탄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해가 지난 후, 같은 고교에서 한 팀이 된 두 사람은 최고의 콤비를 보이며 현 최강자 자리에 오릅니다.


3년간 모종의 이유로 최고의 자리, 아니 배구 선수로서의 두각조차 보여주지 못했던 히나타는 단번에 사람들에게 이름을 각인시켰습니다. 유의미한 배움과 성과의 연속이라 그랬을까요. 오히려 히나타는 조급해집니다. 동료 카게야마는 일본 청소년대표 합숙 훈련에 소집되었고, 츠키시마는 현 대표 1학년 소집훈련에 발탁되는 순간, 농담인지 진담인지 전담 선생님께 자신의 이름은 없냐고 질문합니다.


동물적인 신체능력과 달리 작은 신장과 아직까지 수준에 미치지 못한 스킬 탓인지 일본 유소년 대표팀에 소집되긴 여전히 무리입니다. 현 차원의 배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현 대표 1학년 훈련에 소집되기에도 담당 감독의 철칙과 히나타의 장점은 너무 대립되었습니다. “완성된 선수를 조합해 최고를 만든다.” 히나타의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감독은 규칙적인 질서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실망에 멈춘다면 우리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작가 또한 히나타의 기행을 통해 우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히나타는 실망감을 떨치고, 츠키시마가 발탁된 현 대표 훈련에 무단 참가하기로 합니다. 감히 누가 이 무모함을 상상이나 했을까요. 히나타의 도전정신과 의지는 너무 지나쳐서 때론 지금처럼 무모한 상황을 만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배구부 선생님은 어느 때보다 냉소적으로 그를 다그쳤습니다.


“최선과 무모함은 달라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선 순서대로 한 걸음씩 다가가야 합니다”


언제나 웃음으로 환대했던 선생님의 냉철함은 히나타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합니다. 그리고 배구부 우카이 코치는 히나타에게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찾으라며 배움을 강조하면서 제 행동의 책임감을 가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고 다그칩니다. 히나타가 두 사람의 잔소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성장하는 것이고 이는 독자에게도 충분한 메시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때론 원하지 않는 것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내가 행동하는 것만큼이나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넌지시 던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히나타는 그렇게 독자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타인의 충고나 격언을 통해 내면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곤 하지만 사실 이번 에피소드에서 히나타의 성장동력은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무턱대고 찾아간 훈련장에서 감독의 대답은 볼보이나 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그저 타 선수들을 서포트하는 일은 히나타에게 폭력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쫓겨나는 것이 더 나을 정도로요.


사실 “나를 뽑아줘요.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식의 감정에 사로잡혀 규칙과 형식을 무시하는 행동은 필자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대답을 들은 히나타의 행동은 이를 차치할 정도로 성찰의 계기를 줍니다. -물론 그 전의 히나타의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히나타는 누구보다 호기롭게 볼보이가 되는 것을 자처합니다. 하지만 볼보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단 그들을 보며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언인지 등 플레이 상황을 연상하다 보니 멍을 때릴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감독은 엄청난 호통으로 망신을 줍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히나타는 견뎌냅니다. 그리고 히나타는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잘한다고 믿어왔던 사실은 표준화된 것이 아님을, 잘함의 기준은 너무도 다채롭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순간 더 괴로운 순간의 연속입니다.


잘하는 사람이 더 좋은 소속을 가진다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잘한다는 추상적인 단어 앞에는 편향이 존재합니다. 각자의 기준과 규칙 앞에서 잘하는 사람이 뽑힌다는 공정성은 그 자체로 허무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감독의 완성된 선수를 뽑는 규칙은 첨예하게 히나타의 장점과 대립합니다.


잘하면 된다는 믿음은 너무도 추상적이고 다채로워서 히나타를 더더욱 흔들 것입니다. 아마 프로 배구 선수가 목표라면 그 목표를 가는 길 내내 말입니다. 어쩌면 고등학교 1학년의 어린 히나타가 이 같은 시련을 일찍이 겪은 것은 그를 더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장점에 대한 완숙한 믿음보다는 때로 다를 수 있다는 인정이 나를 더 성장시킬 테니까요.


무모한 행동을 통해 물의를 일으킨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통해 들었던 잔소리와 책임의 대가가 이런 식으로 히나타를 성장시키는 요인이 되었다면 그때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압박감은 카게야마가 발탁된 일본 유소년 대표 소집훈련보다 더 값진 경험이 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이큐는 정말 우리의 삶에 많은 성찰을 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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