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뭔데?

임플란티드 키드와 김민수

by 박규영


나는 힙합이나 랩에 대해 잘 모른다. 그저 우연히 듣기 좋은 노래가 있으면 가끔 찾아 듣곤 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랩의 기교가 어떻고, 발성이 어떻고 하는 등의 평가에 대해선 무지하다.


그러나 내가 기억하는 한 힙합의 뿌리는 어지러운 시국과 상황에 맞선 저항이자 표출이다. 그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상관은 없다. 리듬과 가사를 빌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게 음악이고, 힙합이나 랩 역시 음악의 하위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음악 안의 가사는 그저 듣기 좋은 이야기일 수도 있으며 아무 의미 없는 글자일 수도 있다. 또한, 사회나 누군가를 향한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특히 힙합은 사회에 던지는 울림과 진실됨을 강조하는 덕택에 뜻이 있는 자들의 향유물이란 느낌도 강하다. 물론 예술의 진취를 고집할수록 새로운 사람의 유입은 막히게 되고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업적 측면에서 도태된다. 스스로 폐쇄적인 문화를 자처할수록 대중으로부터 소외되고 이는 곧 힙합 자체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그런 측면에서 한국 힙합의 장인 ‘쇼미 더 머니’는 산업적, 대중문화적 측면을 담당해주는 듯하다.


마치 대중문화와 힙합정신 사이의 경계에서 시장의 발전과 그들의 소신을 적절히 조화하는 중재자처럼 말이다. 그런 프로그램에서 평소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인플란티드 키드’라는 김민수 개그맨의 부캐가 나왔다. 자신의 부캐이자 기믹이라 불리는 캐릭터를 티비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것은 새로운 콘텐츠를 위해서나 자기 어필을 위해서나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사실 고작 3분짜리 영상에서 랩 하는 것을 본 게 다지만, 그 안에서 보여준 랩 하는 장면은 그가 래퍼의 꿈을 안고 진심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참가자와 평가자들은 그가 랩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마케팅을 위한 기믹이라고 치부하지만 랩 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후엔 반응이 달라진다.


“여기서 아직까지 내가 기믹이라고 생각하는 새끼들 잘 들어. 진짜 래퍼들한테 피해가 간대. 니들이 생각하는 진짜가 뭔데. 근데 어차피 니들도 살고 있잖아 메타버스.”


내가 이것을 듣고도 박자가 좋거나 호흡이 좋거나 하는 평가할 리 만무하다. 허나 이 사람이 던지는 가사 하나하나는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인기 있는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이 있을지라도 좋은 음악, 나쁜 음악의 구분은 없기에 그렇다. 그리고 음악이 말을 잊은 지금 얼마나 좋은 메시지를 던지는가. 김민수라는 개그맨도 진짜고, 임플란티드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김민수도 진짜다. 어차피 우리는 메타버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듣기 좋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하나의 울림을 주는 것도 음악이다.


사실 이 사람이 쇼미 더 머니에 나온 의도가 진정으로 임플란티드 키드로서의 ‘나’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기와 새로운 콘텐츠를 위한 수단으로써 연기한 것이라 할지라도 상관없다. 이미 그가 던진 가사에 누군가는 영감을 받았기에 그렇다. 적어도 나에게 임플란티드 키드의 가사는 지금 시대에서 누구든지 무엇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듣기 좋은 음악을 위한 리듬과 박자감 따위는 부재할지라도 이를 채우는 의미 있는 가사는 누군가에게 큰 울림을 준다.


(출처: 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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