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를 준비하는 선배와 점심이었다.
"돈까스에 라면 어때?"
하길래 일본식 라멘과 돈까스인가보다 했는데
정통 한국식 라면이란다.
'그런 조합으로 하는 식당이 있다고?'
궁금해서 따라간 곳은 미근동 땡땡거리 골목이었다.
우리가 늘 먹던 라면과 돈까스이지만
이런 세트메뉴로 내놓는 곳이 없어서 그런지
11시 30분이 되기도 전에 식당은 이미 만원이었다.
외진 골목에서 나홀로 호황인 것은
불호 없이 늘 사랑받는 메뉴가 두 개나 있는
세트이기 때문일 테다.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있는 선배는
작년부터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 되어
이런저런 공모전에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이라
요즘 드라마의 스토리와 구성이라는 주제로
서로 의견을 내고 듣고 하면서
점심시간을 가득 채웠다.
사실 6~7년 전 그 선배가 부서장 시절일 때
정말 나를 지독히도 못살게 했던 적이 있어
당시 나는 퇴사를 결심하고 우리 이제 곧 남이오
라며 배를 짼 적이 있었다.
얼마나 싫었던지 같이 말을 섞는 것조차 싫어서
그전까지는 같이 피우던 담배를 나는 한동안 끊었었다.
그도 아마 그 때가 초임 부서장 시절로
수도 없이 떨어지는 임원의 수명사항을
잘라내지 못하고 들고 오기 바빠
후배들에게 세세한 디렉션보다는
'좀 알아서 해가지고 와봐!' 하던 식이어서
그런 갈등이 커졌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선배와 그런 갈등에서 나는 우연찮게
준비 없이 퇴사한 다른 친구가 말하는
2년 간 방황 얘기를 듣고
무턱대고 결심했던 퇴사를 거둬들였다.
마침 그 선배도 다른 팀 부서장으로 이동하면서
우리의 갈등은 봉합되고 그렇게 불호로 갈등하던 사이가 한참 시간이 흘러 뜨거운 라면 같이 호호 불어가면서 먹는 처지가 되었다.
점심 시간 내내 선배와 글쓰기에 대한 얘기를
한참 하고 돌아왔는데 내가 쓰는 글도
늘 먹는 라면과 돈까스 처럼 불호 없이
술술 받아들이는 그런 글이길 바래본다.
feat. 미근동 돈까스가 땡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