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꿈 디자이너

- 워킹맘 강사의 아이이야기 6

by 꿈데이즈





© _javardh_001, 출처 Unsplash



한 소녀 아이가 학교 계단에 쭈그려 앉아, 유리창 너머로 밝게 빛나는 달을 보며 멍하니 앉아있다.

“저는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늘 쉬는 시간에도, 밥 먹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공부에 매달려, 죽을 듯 살 듯 공부하는 이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노력파라고 불린다. 노력만큼이나 지능까지 따라주었다면야 서울대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아이였지 싶다. 이아이는 고등학교 시절의 바로 나다. 그때의 난 하루살이마냥 열심히 매일 매일을 죽을 듯 공부했지만, 그 어느 미래에 제대로 된 어른으로 살 수 있을지 참으로 불안해 하기만 했다.

그저 밝게 빛나는 저 달빛에 두 눈을 갖다대고, 두 손을 꼬옥 모으며 마음으로 소원을 빌었다. “무언가라도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말이다. 그땐 나란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잘 자랄 수 있을지, 내가 원하는 어른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참 막연했었기 때문이다.

그런 열여덟 살 소녀는 이제 마흔여섯 살 어른이 되었고, 자기 일이란 걸 찾아가며 사는 강사이며, 그때의 나와 닮은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지금의 내 딸도 그때의 나와 닮은 막연한 걱정 아닌 걱정을 한다. 오지 않은 미래가 늘 누구에게나 불안과 걱정의 방편이다. 오지 않은 걱정을 미리 할 필요는 없다. 다만 대비할 뿐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뿌연 안개 속 같은 인생길 속에서 발을 하나씩 둘씩 디디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지 않는가? 헤맨다고 집에 인생길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돌다리를 두드리듯 차곡차곡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길이 하나씩 보일 테고, 그 길 중 나의 길이라고 생각되는 길들을 열어가며 인생을 걸어간다. 하지만 어렸을 땐 그저 참 어렵기만 했던 세상이니 그때보다 두 배 이상이나 나이 먹은 지금에야 조금 인생을 알 수 있을 듯하다.




요즘 아이는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다.

“엄마, 나는 무엇이 되면 좋을까?”

“글쎄, 네가 어떤 일을 할 때 잘하고, 어떤 일을 할 때 뿌듯하고 즐거운지를 생각해보렴.”

아이는 학교에서 검사한 여러 가지 진로검사며, 적성검사들을 살펴보고 또 미래전망을 살펴보며 고민을 한다.


요즘 시대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자신에 대해 많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많은 자료와 검사들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에 대해 찾아볼 수 있는 미디어도 많고 말이다. 아이는 그렇게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며, 그에 맞는 ‘꿈의 대학’ 수업이나 여러 동아리 활동, 교육 활동들을 찾아 공부한다. 하물며 학교 발표 수업조차도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책, 주제에 대해 발표를 준비한다. 역시 내가 학교 다닐 때와는 천지 차이다.


매일매일을 시험처럼, 새벽에야 잠이 드는 딸아이를 보노라니 참 안쓰럽다.

“OO 아, 잠은 충분히 자는 게 좋겠어.”라고 해도 아이는 늘 해야 할 프로젝트, 시험, 무언가를 준비한다. 그리고 스스로 목표를 정해 한발씩 나아가는 모습이다. 때론 친구들과 서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며 나아가기도 하고, 선생님들께 개인적인 질문, 조언도 얻으며 말이다. 물론 시험 기간엔 잔뜩 예민해져 있는 아이이기도 하지만, 중학교 시절 어느때처럼 스스로 자학하며 공부하진 않는다. 그저 이 입시와의 치열한 싸움 속에 전사처럼 스스로와 치열하게 싸울 뿐이다.


이제는 내가 아이에게 학습적인 코칭를 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오히려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저 아이가 힘을 낼 수 있도록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주고, 아이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같이 귀담아줄 뿐이다.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멘탈이 조금 나약해질 때 어떻게 마음을 다루어야 할지를 이야기해준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꿈을 만들어가는 디자이너다.




의상디자이너는 그 옷을 입을 사람을 멋있게 만들어 줄 옷을 디자인한다. 헤어디자이너는 고객이 만족할 만한 헤어스타일을 제공한다. 나 꿈 디자이너는 자신의 꿈이 자신의 마음에 들도록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것이다.


어렸을 적에는 몰랐다. 미래가 막연하다는 것은 그만큼 꿈을 마음대로 그리고, 더 폭넓게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넓은 세상을 좀 더 크게 보고, 더 많은 세상을 알았더라면 더 멋진 인생을 설계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무슨 일이든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가보지 않은 길은 더더욱 그렇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말만 듣지 않고, 직접 부딪쳐 나와 잘 맞는 인생을 디자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처음부터 예쁘게 딱 들어맞는 옷은 없다.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며, 여러 번의 수정을 해봐야 정말 나한테 딱 맞는 옷을 찾을 수 있듯이, 내 인생도 그렇게 수정하며 고쳐가면 된다. 그러니 인생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길을 가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고, 그저 묵묵히 걸어갈 힘만 있으면 되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마음 먹은 것을 실행할 수 있는 힘.



우리는 어쩌면 그것만이 필요할는지도 모른다. 해보기도 전에 이미 걱정하고, 염려하는 대신 직접 생각한 것을 해보는 것이야말로 나를 키우는 일인 것이다.


내 아이가 자신의 꿈을 잘 디자인하고 만들어가는 나 꿈 디자이너로 잘 성장해주길 바란다.


고1 소녀인데도 아직도 엄마에게 재잘재잘 떠들 것이 많은 이 아이가 그 훗날에도 같이 그땐 그랬었지 하며 하하 호호 웃게 되기를 말이다. 오지 않을 날을 걱정하기보다, 오지 않을 날을 더 꿈꾸고 고대할 수 있기를......


이 엄마는 너를 언제나 응원한단다.




이전 20화엄마, 1등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