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면 어떨까?”
1993년, 낯선 서울 땅에 발을 내디뎠던 그날이 기억난다.
시골에서 상경해 첫 직장을 구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채워 나갔다.
남들도 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거라 믿으며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집과 직장만을 시계추처럼 오가던 어느 날,
문득 멈춰 선 길 위에서 서늘한 질문 하나가 마음을 파고들었다.
‘이러다 정말 바보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늘 똑같은 일상은 평온이 아닌 무기력으로 다가왔다.
후회 섞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면, 내 삶은 조금 더 나은 모습이었을까?’
하지만 이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현실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마법 같은 일이니까.
그 씁쓸한 미련 끝에, 문득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냥 지금 시작하면 어떨까?’
20년, 30년이 흐른 뒤에 또다시
“그때라도 시작할 걸”
이라며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배움의 길에 다시 들어섰다.
대학 편입을 하고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고된 일정이었지만,
뜻밖에도 배우는 재미가 무척이나 쏠쏠했다. 무언가를 채워갈수록,
늘 부족하다고만 느꼈던 내 어깨가 조금씩 당당하게 펴지는 것이 느껴졌다.
배움의 문을 열자 세상은 더 넓은 공부거리를 내어주었다. 직장에서 제공하는 교육은 물론,
마음을 돌보는 자격 과정에도 발을 들였다.
특히 ‘행복’에 대해 공부하며 내 마음의 평온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깨달았다.
‘그림책 감정코칭’을 통해서는 그동안 마음 깊숙이 꾹꾹 눌러 담아왔던 감정들을 마주했다.
불만과 시기, 질투와 두려움, 그리고 화와 짜증…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 응어리들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비로소 마음의 숨통이 트였다.
어떤 이들은 교육을 받고 나서 “별로였다”거나 “배울 게 없다”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모든 교육에는 반드시 배울 점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교훈을 발견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다.
마음을 조금만 열면 세상 모든 곳이 배움터가 되고 모든 사람이 스승이 된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친구를 대하는 순수함에서 진심을 배우고,
아이들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배운다.
물론 치열하게 살아가는 성인들의 세계에서도 배울 점은 도처에 널려 있다.
세상에 혼자 잘난 사람은 없으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든 배울 점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배움에 대한 마음을 활짝 여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늦었다”는 후회보다 “지금이라도”라는 설렘으로 시작한 공부가 나의 메마른 일상을 다시 숨 쉬게 했듯,
많은 사람들의 오늘에도 새로운 배움의 기쁨이 깃들기를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