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멈췄지만, 교훈은 남았다!

나의 파란만장했던 일요일!!

by 마음혁명가

1.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 '엄마의 부재중 식탁'

2월 8일부터 1박 2일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그림책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날 퇴근 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내가 없는 동안 아이들이 먹을 아침으로 유부초밥 재료(양파, 당근, 햄)를 다져두고,

남편이 먹을 골뱅이무침 재료까지 완벽하게 준비해두었다.

일요일 새벽 6시 30분,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 정성껏 요리를 시작했다.

고슬고슬한 잡곡밥에 볶은 야채와 김 가루를 넣어 유부초밥 두 그릇을 뚝딱 만들고,

매콤새콤한 골뱅이무침까지 완성하고 나니 이제 씻고 나갈 일만 남았었다.


2. 캐리어와의 사투, 그리고 예기치 못한 결항

짐은 며칠 전 미리 싸두었기에 화장품만 챙기면

끝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여보, 캐리어 비밀번호가 뭐였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도, 평소 잘만 열리던 비밀번호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남편도 기억나지 않는단다. 8시 전에는 집에서 나서야 하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결국 급한 마음에 캐리어 지퍼를 부수고 다른 캐리어로 짐을 옮겼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바꾼 캐리어의 비밀번호마저 떠오르지 않았다.

우선 시간이 늦어 잠금장치는 풀지 못한 채 서둘러 차에 올랐다.

차 안에서 무릎 위에 캐리어를 올려두고 번호를 하나하나 맞춰보며 씨름하던 그때, 카톡 알림음이 울렸다.


[제주도 폭설로 인한 김포공항 출발편 결항]


허탈했다.

캐리어 지퍼를 부수기 전에 이 소식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공항으로 향하던 차를 돌려 골목 한편에 세웠다.


3. 습기 찬 창문과 허탈한 웃음

차 세워두고 뒷수습을 시작했다. 주차 예약을 취소하니 수수료 5,000원을 떼였다.

비행기표를 취소하려는데, 이번엔 남편의 아시아나 자동 로그인이 풀려 있었다.


"회원번호가 뭐였지?"


당황하는 남편 곁에서 나는 끝내 캐리어 비밀번호를 찾아냈고,

남편도 간신히 로그인을 해 항공권 취소를 마쳤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는 길, 남편 쪽 창문에만 유독 뿌옇게 습기가 찼다.


"여보, 오늘 아침부터 번호 안 떠올라서 지퍼 부수고 고생하느라 열이 많이 났나 봐.

자기 쪽 창문만 습기가 가득해!"


내 농담에 남편은


"허허, 열이 안 나게 생겼어? 무릎에 담요 두 개 덮고 그 난리를 쳤는데!"


라며 웃었다.

그 웃음에 아침 내내 팽팽했던 긴장이 녹아내렸다.


4. 오늘의 교훈: 메모가 기억을 이긴다

아름다운 제주에서 그림책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생각에 참 설레었는데,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오늘 하루의 소동을 통해 값진 교훈 하나를 얻었다.


우리는 조금씩 나이가 든다.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으며, 기억력은 언제든 나를 배신할 수 있다.

나의 기억을 믿기보다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집에 오자마자 모든 캐리어의 비밀번호를 하나로 통일하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비록 제주도는 가지 못했지만, '기록의 중요성'만큼은 확실히 머릿속에 저장한 하루였다.


*일요일 먹구름 가득한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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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일요일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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