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 쭈와쑝의첫만남
작성자 : 쭈님
띠링.
" 오빠, 이 언니 어때? "
우리의 인연은 내 동생으로부터 온 이 짧은 페이스북 메시지가 시작이었다.
2017년,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대학 졸업 후, 25살에 입대하게 되었다.
25살이라는 나이는 젊은 나이지만, 입대를 하기에는 많이 늦은 편에 속하는 나이였다.
그렇기에 입대를 하여 훈련을 받으며 나는 생각이 정말 많아졌다.
" 나 언제 제대하고, 연애하고, 결혼하지..? "
정말 혼란스러웠다.
어릴 때부터 일찍 결혼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사는 것이 로망이었던 내가..
학업 때문이었지만 늦게 입대하게 되는 바람에 로망 실현이 어렵게 되었으니 말이다.
제대를 하면 27살이 되고, 취업하고, 돈 모으고..
결혼을 위해 앞으로 준비해야 할 일들이 쌓였는데..
' 나 어쩌지..? '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날도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자유 시간에 부대에서 페이스북을 하고 있었다.
부대 밖의 세상은 이렇구나.. 하며 친구들의 부러운 사진들을 보며 의미 없이 좋아요를 날리고 있을 때였다.
띠링.
내가 페이스북이 온라인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여동생이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이번에 면회 와준다고 하나보다. 고마워라 ㅎㅎ '
라는 생각으로 메시지를 읽었다.
실제로 내 동생은 주말마다 맛있는 것을 사서 면회를 와주는 착한 동생이다.
그런데 내 예상이 빗나갔다.
" 오빠, 이 언니 어때? "
갑자기 흑백이었던 시야가 컬러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예쁜 사람의 사진과 함께 온 짧은 메시지.
내 동생이 친하게 지내는 언니인데 괜찮은 사람이라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다.
" 나랑 동갑인데.. 군인을 만나고 싶어 할까..? "
컬러로 변해가던 나의 시야는 다시 흑백으로 변하고 있었다.
어차피 안될 거라는 생각에.
" 어차피 일주일에 한 번 외출 나오잖아, 언니도 평일에 시간이 잘 없어서 데이트할 시간이 주말밖에 없대. "
내 시야는 다시 흑백에서 컬러로 변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쑝이는 내가 전역을 앞두고 있는 줄 알고 소개팅을 받았다고 한다..
전역이 그렇게 오래 남아있는 줄 알았다면 우리가 결혼을 약속할 수 있었을까..?
이 또한 운명이었던 것 같다.
2017. 10. 05 목요일
특박( 특별히 나오는 외박 )을 나와 처음으로 쑝이와 만나기로 했다.
군인이었지만 힘껏 꾸미고 부대를 나왔다.
그리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가기 전, 꽃집에 들렀다.
" 아무리 작은 화분이라도 꽃 선물은 부담스러워할걸? "
꽃을 사려는 나에게 한 선임의 말이었다.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프리지어 화분을 샀다.
이유는 간단했다.
' 시간을 내서 소개팅에 나와줬는데 나를 맘에 안 들어한다면... 적어도 빈 손으로 보내지 않을 수 있잖아 '
이 꽃은 1000이 지나도 시들지 않는 꽃으로, 아직 쑝이 방에 잘 있다.
보조석에 조그만 보라색 프리지어 화분을 두고, 떨리는 마음으로 운전을 하다 보니
금세 약속 장소였던 안양의 한 백화점 주차장에 도착했다.
우리가 안양에 위치한 백화점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한 이유는
쑝이가 살고 있던 안양에서 쑝이를 픽업해서 경기도 광주로 이동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주차를 하고 쑝이를 기다리는 동안,
백화점으로 올라가 경기 광주로 이동하면서 마실 수 있는
오렌지 생과일주스와 딸기 바나나 생과일주스를 구매한 후, 다시 차에서 쑝이를 기다렸다.
이때, 목이 많이 타서 사긴 했는데 쑝이가 무슨 음료를 좋아할지 몰라
마시지 않고 쑝이가 와서 고를 수 있도록 기다렸다.
( 그리고 이 부분이 쑝이의 감동 포인트였다고 한다 마시지 않고 계속 기다려 줬다고. )
카톡!
쑝이도 백화점에 도착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고 카톡이 왔다.
이제 정말 만나는구나..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던 것 같다.
( 괜히 다한증으로 보일까 봐 수시로 옷에 손을 문질렀다. )
떨리는 마음으로 에스컬레이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다섯 명의 여성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 저 중에 누가 쑝이일까? '
생각하는 순간, 유독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 와.. 진짜 예쁘다.. '
그런데, 그 사람이 두리번거리다 내쪽을 바라보더니 방긋하고 웃었다.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첫눈에 반했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첫 만남인 만큼 내가 리드를 하고 싶었는데, 안양은 내가 가본 적이 없었기에 자신이 없었다.
( 소개팅에서 장소 선정이 생각보다 중요한 것 같다. )
'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 내가 리드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내가 10년 정도를 살아, 제일 자신이 있는 경기 광주에서 소개팅을 하자고 쑝이에게 부탁했었다.
내가 자신 있는 곳에서 소개팅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좋았지만 여기서도 굉장히 큰 문제가 있었다.
처음 만나자마자 안양에서 경기 광주까지 한 시간 정도를 이동해야 한다는 것.
나는 쑝이가 차에서 어색함을 느끼지 않게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여동생에게 물어봐서, 쑝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100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두는 것.
그렇게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 브로콜리 너마저 '의 노래 100곡이 담겼다.
나는 지금 생각해봐도 이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웃기게도, 쑝이는 ' 브로콜리 너마저 '의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상했더랬다.
' 브로콜리 너마저 '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으면서 상상했던 시나리오는
" 어! 이 노래! "
였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보려고 쑝이에게 생색을 내는듯한 말투로 말했다.
" 이 노래 좋아하지? 사실... 이 가수 좋아한다고 해서 100곡을 준비해 봤어! "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쑝이의 대답.
"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데? "
서로 당황했던 것 같다.
" '브로콜리 너마저' 좋아하지 않아? "
" 엥? 누가 그래? "
"... 내... 동생이...? "
" ... "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우리는 정말 많이 웃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쑝이가 ' 브로콜리 너마저 '의 노래를 그렇게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여동생이 준 잘못된 정보가 만들어준 그 상황이 최고의 아이스 브레이커가 됐다.
우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경기 광주의 한 카페 ' 아트살롱 '에 도착했다.
인테리어가 딱 내 취향이라 혼자서도 자주 가던 카페였기에 쑝이를 자신 있게 데려갔다.
다행히 쑝이도 많이 좋아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1개, 피시 앤 칩스 1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정신없이 대화를 하다 창밖을 보니 벌써 해가 져 있었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첫 만남인데도 불구하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내 말을 집중해서 들어주는 쑝이의 눈에 비친 나의 표정이 너무 좋아 보였다.
그때 결심하게 되었다.
' 나 쑝이랑 연애할래 '
웃긴 사실은 이날 나눴던 대화 중에 절반이 결혼 로망에 대한 주제였다.
신혼집은 어떻게 꾸미고 살고 싶은지,
주말에는 어떤 데이트를 하고 살며, 주방에서 어떤 음식을 해 먹고 싶은지 등등..
왜 첫 만남에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하게 된 것일까?
이때부터 벌써 느꼈던 것 같다.
우리가 결혼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날 카페가 문 닫을 시간까지 대화를 나눴고,
쑝이를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차키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다급히 아트살롱 직원과 한참을 찾으러 다니다가 겨우 차키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차에 차키가 꽂혀 있었다.
얼마나 긴장을 했으면... 카페에 있는 내내 시동이 걸려 있는 줄도 몰랐을까..?
쑝이를 데려다 주기 위해서 다시 안양으로 이동하는데
너무나도 아쉬웠다.
같이 오랜 시간 동안 데이트를 했는데도 아쉬움이 남았다.
쑝이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안양에 공원이 있다며 산책을 하자고 했다.
너무 기뻤다.
대화는 이미 많이 했지만, 더 나누고 싶었으니까.
우리는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대화하며 공원을 걸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두 바퀴를 돈 후였다.
정말 헤어지기 싫었나 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쑝이를 내려준 뒤 집으로 돌아 가는데
늦은 밤에 운전하는 게 걱정된다며 쑝이가 나에게 전화를 해줬다.
그리고 그 전화는 내가 집에 도착해서도 계속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새벽 2시까지 통화를 하게 되었다.
전화로 한참을 떠들다 나는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많이 커져서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다가는 마음을 들킬 것만 같아 말을 아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난 지 하루 만에 고백하면
너무 쉽게 생각하고 고백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쑝이도 말을 멈췄다.
5초의 정적.
나는 그 5초 동안 갈등을 정말 많이 했다.
고백을 할까 말까..
그리고 입을 열었다.
" 전화로 하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긴 한데, 지금 내가 그런 것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
오늘 처음 만났는데 이런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연애할래..? "
쑝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적어도 기분이 나쁘거나 부정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 만약 지금 거절을 당하더라도 몇 번 더 만나고 다시 고백을 해야겠다. '
이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했다.
그때 전화 너머로 쑝이가 말했다.
" 몇 번을 만나더라도... 내 대답은 같을 것 같으니까 나도 그냥 지금 말할게. 좋아, 연애하자 "
그렇게 12시가 지난 새벽 2시. 그날이 우리의 1일이 되었다.
사소한 순간도 하나하나 기억에 남는 우리의 첫 만남.
결혼해서도, 세월이 흘러서도, 끝까지 남을 소중한 추억이다.
- 첫 만남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