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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Apr 07. 2024

예쁜 내 초코송이  머리

원장님이 아프신가 보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흰머리는 있었기에 놀림감으로 충분했다.

어느 날 하굣길에 마주치게 된 학교 관리인 아저씨.

나의 흰머리를 보시고 놀렸던 그때의 말씀이 기억난다.

벌써 흰머리가 있으면 어쩌냐고 말이지.

그땐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인 것 같다.

내가 염색을 하기 시작하게 된 기말이지.


44살 때, 우연히 강원도 장 애인 콜택시 기사 권유로 가게 된 특수 학교인 '강원명진학교'.

5년이란 세월 속은 나를 많이 변화 시키는데 충분했다.

전혀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또 나보다 어린 선생님을 보면서 시작한 게 염색인데,

이상하게 몸과 마음이 같이 젊어지는 기분을 느끼던 그때였고.

무엇보다 내가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자신감이 상당했던 것 같다.

아마도 환경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새록새록 많이 느낀다.


오늘도 도우미 선생님과 염색하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미용실 원장님 이였다.


"내가 한림대 진료 중이예요, 예약 시간보다 20분 늦어도 되나요?"

"그럼요 괜찮아요"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아~이런 나의 실수,

도우미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오늘은 12시까지 근무하신다는 걸 늦게 생각해냈다.

도우미 선생님은 다시 전화를 건다.


"어머 아직 진료 중이시네요."

"우리 월요일 10시로 예약할게요. 아직 진료 안 끝난 것 같은데..."

"네..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점심을 차려주시고 퇴근하셨다.

요즘 구역 예배는 어찌 되는 지, 모두 직장인이니.

구역장님도 참 힘드신가 보다.

예전 생각에 그리움이 들 때, 구역장님이 전화를 하셨다.


"집사님 집에서 예배 봐도 돼요?"

"당연하죠. 몇 시죠?"

"3시예요."

"알았어요."

"그때 뵐게요."


근데 미용실 원장님도 어디 아프신 건가?

먼저번에도 그랬던것 같다.

할수없네, 월요일에 하는 수밖에...

그러고 보니 내가 20대에 미용실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었다.

실습 머리가 되어 달라고 해서

머리도 많이 공짜로 자르고 염색도 했지.

근데 하필 붉은염색이라 그 물이 다 빠질 까지

피해서 외출을 못하던 도 있었다.

그래도 내가 결혼 한다니까 선물로 드라이를 줬다.

그 친구 지금도 잘 보내고 있을까 궁금해 지기도 한다.

그땐 긴 머리였는데 살면서 점점 짧아졌다.


오늘 어느 부부가 티비에 나왔었는데,

도우미 선생님이 여자분의 머리를 보며  하얗게 희여도 예쁘게 희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네.

이번에도 염색하면 초코송이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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