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1~2년 지났을까?
나는 혈소판 감소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15만인 정상 수치 보다 낮은 절반의 수치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는 그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 슬펐다.
심지어 그 날 아빠는 백혈병을 판정 받았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잘 버텨온 세월인 것 같다.
중간에 힘든 시기가 있긴 했었지만 그때 역시 난 혼자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딸과 함께라서인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늘도 검사받기 위해 도우미 샘과 함께 병원에 갔다.
이전에 검사 받고 3개월만에 온 것이다.
얼마쯤 기다렸을까?
지루함 때문인지 나는 급속도로 어지러우면서
뭔가 몸이 이상했다.
의사 선생님이 안 좋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그 불안의 증상이 온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혼자 주은이가 가르쳐준 복식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창피한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복식호흡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윌라 책을 들어 보았다.
그 책의 내용은 '글을 잘 쓰는 법'이었다.
당연히 내 귀가 쫑긋 거린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 사이에 마음도 수그러지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안정된 내 마음.
드디어 내 차례인가, 이름을 부르셨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자 여러 것을 물어보셨다.
"생리는 하나요?"
"그냥 하다 말다 해요."
"이에서 피가 나지 않나요?"
"네"
그러시더니 수치가 이전과 그대로인 것 같다며, 6개월 후에 보자고 하셨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도우미 선생님은 봄내콜을 불렀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차가 도착했고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병원을 다녀오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다.
점심을 다 먹고 얼마 안 돼서 도우미 선생님은 퇴근하셨다.
주은이가 일어났다.
야간 반이다 보니 낮과 밤이 바뀐 모양이다.
부스스 일어나 라면을 끓여 먹고
학교 가기 전의 시간을 엄마와 보내기 위해 같이 집 근처 카페로 향했다.
주은이는 커피, 나는 페퍼민트였다.
입 안이 개운해지는 그 느낌이 너무나 좋다.
나는 거기서도 윌라 소리 책을 들었다.
병원에서 듣던 걸 마저 듣고 있었다.
언제 들어도 참 좋은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 나오니 더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살짝 용기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이왕 이렇게 브런치 시작을 했으니까 좋은 꿈을 꾸어봐도 될까?
내가 그래도 될까?
나는 시각장애인인데 그래도 꾸준히 쓸 수 있을까?
혼자 생각에 잠들고 있을 때, 아이는 뭔가 하는 것 같았다.
얼마쯤 시간을 보냈을까?
오늘도 아이가 학교 갈 시간이 되어 우리는 카페에서 나왔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는 길에 예쁜 꽃이 있었다.
봄은 봄인가 보다.
아이는 꽃을 사진으로 찍고 그 사진을 내게 보내주었다.
아이는 학교로 향하고 나 역시 집에서
강의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와 함께 나는 같이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있다.
아이와 같이 하는 공부라서 그럴까?
더 좋은듯 싶다.
같이 졸업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행복한 것 같다.
아이랑 같이 공부하니 말이지.
그러고 보니 주은이가 저번에 그랬던 것 같다.
사회복지과 졸업하면 그다음에는 창작학과 재입학하자고.
내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권하던 것이었다.
그래야 우울증도 완화되고, 또다시 배우니까 더 좋고.
무엇보다 엄마가 좋아하는 창작학과이니 더 좋지 않을까?
정말로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꼭 해봐야지. 지금보다 좀 더 멋진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학교 강의는 다 들었다.
그렇지만 주은이가 오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다.
오늘은 11시에 끝난다고 했으니까 많이 피곤하겠다.
계란밥이라도 해 놓을까?
주은이가 먹을 생각에 행복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