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월, 수, 금으로 물리치료를 다녔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요일이 바뀔 때도 많았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 아닐까?
아침밥을 먹고 커피 한 잔의 여유,
다 마른 빨래를 개고 있을 때 주은이는 잠에서 깨었다.
"엄마 오늘 병원 가는 거 알지? 정형외과 가자."
"안 그래도 비가 와서 그러는지 자꾸 아프긴 했었어.
그래 가자 콜 불러서 말이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차가 잡혔다.
"주은아 나가자."
"그래야지. 아~ 깜빡했다 지갑을 놓고 왔어."
"그래, 얼른 다녀와"
우리 모녀는 차에 올랐고 도착했을 때 카드를 내미는데,
기사님께서 말하시길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라서 돈을 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별거 아닌 것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 같았다.
병원에 들어섰다.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차례가 왔다.
엄마를 꼭 모시고 다니는 주은이,
그걸 바라보는 의사 선생님도 주은이가 대견했던 모양이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오늘 같은 날은 아파도 기분 좋네.
물리치료 받는데 잠이 스르륵 오기까지 했다.
너무나 시원했다.
진료가 끝나고 우리 모녀는 점심을 같이 사 먹었다.
주은이는 일본식 라멘을 먹었고,
나는 꼬막 비빔밥을 먹었다.
너무나 맛있었다.
주위가 너무 산만해서 머리가 좀 아파졌다.
주은이가 약속이 없으면 커피까지 마시려고 했었는데,
학교 중간고사 준비해야 하니 아쉬웠다.
아쉬운 맘 달래고 주은이는 공부하러 가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나는 카드를 내밀고 있는데 기사분이 없었다. 알고보니 바로 차 문을 열어주려 내리셨던 것이다.
오늘 장애인의 날이라고 해서 차비를 안 받는다는 걸 까먹었다.
돌아오는 내내 막히는 도로 때문에 더 그래서 그런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일일히 다 말로 설명해 주신 것이 고마웠다.
행사를 하니 가는 곳곳마다 차가 꽉꽉 막혀 있었다.
오늘은 장애인의 날이기도 하지만
우리 지역의 고등학교가 100주년 되었다며 행사를 하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주은이가 살짝 걱정됐다.
점심에 주은이가 내 비빔밥을 비벼주다 그만
라멘 국물에 옷을 적셔버렸기 때문이다.
괜히 미안해졌다.
그래서 잠바를 벗어주려고 했는데 괜찮다고 고집을 부렸다.
난 이번 주 내내 시험 기간이다.
그와 중에도 예배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그만 실수를 저질렀다.
시험인 걸 모르고 그냥 넘어간 것이다.
나는 당황했다, 아니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주은이가 교수님께 조심히 부탁을 드려주었다.
답장은 그랬다.
추가시험 보면 된다고.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던지 참 다행이다 싶었다.
오늘은 1인 미디어 시험 날이다.
사회복지학과에서 1인 미디어는 안 맞을지 모르지만,
글 쓰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원래는 내일이 마지막 시험이다.
내가 놓쳐버린 과목이 하나 있어서
그걸 나중에 따로 봐야 하기에 다음 주에 보기로 했다.
나의 중간고사가 끝날 때쯤, 주은이의 중간고사도 조용히 시작한다.
우리 모녀는 늘 그랬던 것 같다.
앞길을 다투면서 말이지.
그뿐 아니라 주은이 덕분에 안전하게 시험을 볼 수 있어서 더 행복하다.
시각 장애인은 센스리더로 시험을 보게 되는데,
나는 그마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은이가 매번 옆에서 읽어준다.
내일은 의료 사회복지 시험이 있다.
그 과목은 지금 우리 모녀가 살고 있는 이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만 같아 그만 마음이 짠해진다.
그래도 행복하다, 주은이가 있었기에
모든 걸 이겨내는 것이 가능했던 것 아닐까 싶어진다.
주은이가 시험 끝나면 장미가 필까?
주은이가 장미가 피면 다시 공지천에 가자 했었던 게 기억나서 말이지.
그때 뭐 먹기로 했지?
맞아 차돌박이였던 것 같다.
벚꽃 구경 갔을 때에는 닭갈비를 먹었는데
양도 적고 맛도 이상하다 싶었더니 냉동 되어있던 닭갈비였나보다.
그래서 조금은 실망 했었던 것 같다.
벚꽃은 너무 좋았는데 말이지.
5월의 장미 구경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