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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May 06. 2024

행복한 밥상

센터에서 만들어 본 도마

혼자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티비를 보고 있을때,

휴대폰은 8시를 말해주고 있었다.

한참 지나 혼잣말로


'도우미 선생님 이제 출근하시겠는'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언니."

"네... 오셨어요."

"아후 춥다 기온차가 하네..."

"그래요."


출근 카드를 찍고 설거지부터 시작하신다.


"언니 오늘 정신건강센터 가는 날이죠?"

"네."

"무얼 만드나요?"

"응~도마를 만든다고 하셨어요."

"오후에 3시까지인가 봐요,

오전엔 도마 만들고 오후엔 강의를 하신대요.

강원 대학교 병원 저 담당 선생님이 말이죠."

"그럼 점심시간에 우리 같이 커피 마셔요."

"네."


정신건강 센터에 도착했다.

나는 주은이와 같이 앉아서 도마를 만들었다.

처음엔 둥글게 깎는걸 했고,

그다음은 매끄러우라고 사포로 문질러 다듬었다.

모양이나 글씨를 넣으라고 하셔서

난 주은이 하트와 내 하트를 그렸고

그 위에는 행복한 밥상이라고 불로 지졌다.

마무리는 오일을 꼼꼼히 바르는 거였다.

주은이가 봉사자, 나는 참여자였다.


다 만들어 정리하고, 우린 점심을 김밥과 만두로 먹었다.

여러 사람과 함께라서 그런지 맛이 있었다.

주은이는 도우미 선생님한테 전화를 한다.

점심 다 먹은 후, 1층에서 서로 만나기로 약속했다.

주은이와 같이 내려가니 얼마 안 있다가 선생님이 오셨다.

같이 편의점에 가서 커피를 먹고, 과자를 먹으며 수다 떨었다.


"분위기 좋네, 예전에 갔던 편의점은 그늘이라 그런지 너무 추웠어."

"그래요."

"다 마시고 주위에 한 바퀴 운동하고 들어가요."

"네."


선생님은 시간이 되자 나를 센터로 다시 데려다주 퇴근하셨다.


"내일 봬요."

"네."


정신건강강의가 시작되었다.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

그러고 보니 난 스트레스가 쌓이면 늘 화장실 청소를 했던 것 같다.

깨끗해진 화장실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호흡 는 걸 배웠는데,

이전에 가스렌지 소리에 놀랐던 게 다시 생각났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 호흡법을 혼자 했던 게 나 스스로 진 듯 싶다.

하루가 너무나 피곤해 힘들었는데, 주은이는 내가 안과 예약 있다고 했다.

택시를 불러타고 안과 병원을 향했다.


이전엔 결막염이라 하신 바람에 다시 안압을 재고 담당 의사를 만났다.

많이 좋아진 모양이다.

약을 받아 다시 봄내콜을 불렀고, 집 근처 카페에 갔다.

나는 페퍼민트, 주은이는 아메리카노.

난 조용히 마지막 시험을 향해 작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결국 중간고사 마지막 시험을 보았다.

너무나 행복하다.

비록 온라인 학교지만, 역시 시험은 나이 들어도 부담감이 드는 존재인가보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하루였다.

다음날 아침,

선생님은 오늘도 출근하셨다.

가벼운 인사와 함께

어제 만든 도마를 구경 하셨다.

"예쁘네" 라며 주방으로

가져 가시고 어제 가지고 온

종이 가방 속 물건을 정리하셨다.

같이 아침마당을 보면서 커피 한 잔을 즐기는데, 새로운 사실에 난 놀랬다.

이유는 돈에도 점자가 있다는 것.

그냥 고마운 세상이었다.

1000원에는 점이 하나, 5000원에는 점이 두 개. 돈 오른편 아래에 있다.

그걸 알게 되고부터는

돈을 깨끗이 써야겠구나 싶은 마음이 가득 들었다.


선생님은 청소기를 돌리시고

"우리 동네 주변 운동 나갈까요?" 하신다.

그러고 보니 작년 7월에 장애인차로 사고 나고부터 운동은 엄두를 못 내고 있을 때,

선생님은 운동 가자 해주신 게 고마웠는데

7개월 만에 다친 발목을 다시 다친 바람에

나도 도우미 선생님도 운동의 엄두를 못 내다가 다시 시작하였다.

내가 넘어지고부터는 선생님도 놀랐는지 손잡으며 같이 걸을 때 주의하시는 것 같아 고마웠다.

처음엔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나의 위 팔을 잡아 주는 게 아니라 팔을 밀어 버려서

쉽게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그땐 많이 두려웠다.

그러나 난 선생님한테 짜증은 내지 않고 부탁하듯 "내가 잡고 싶어요." 했더니

알겠다고 하셨다.

다행이다.

서로 불편함을 말할 때 오해 없이 잘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게 다행이다 싶다.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말이지.

한 바퀴 돌고 오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도우미 선생님은 점심을 차리며 말씀하신다.


"식사 드세요."

"네 선생님."


점심을 먹고 이 차를 나누며 티브이를 보는데

퇴근 시간이 되었다.


"내일뵈요."

"네.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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