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되던 올해의 첫 무대
찾아가는 '해냄' 의 첫발길
이른 아침 번호 키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도우미 선생님이 출근하자마자 물으셨다.
"오늘 시복지관 가는 날이죠?"
"네, 맞아요."
"오늘 제 차로 가요."
"네, 그럴게요."
후다닥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잘 모르지만 이미 와 계신 분들도 있는 듯 싶었다.
그때였다, 도우미 선생님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신다.
그리고 우리는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팀장님이 상담을 하고 계셨다.
팀장님이 나와도 상담을 해주셨다.
"도우미 선생님은 일 잘 하시나요?"
"네, 잘해주세요."
"주로 어떤 일을 도와 주나요?"
"주로 가사 일이고, 잠시 외출하는 걸 함께 도와주세요."
"혹시, 바램이 있나요."
"네 있어요. 활동지원사 선생님들이 장애인은 이렇게 도와줘야 한다는 상식을 기본으로 이해하고 현장에 출근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유가 뭐죠?"
"우리 도우미 선생님이 처음 출근하셨을 때 시각 장애인은 처음 만나는 거라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거든요."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3년에 한 번씩 주어진 시간 갱신하는 것 알고 있나요."
"네, 그럼요."
"다시 갱신할 때 의료보험공단에서 나와 판단하고 다시 케어 받을 시간이 조정될 거예요. 알고 계시죠?"
"네,"
"그럼, 여기에 싸인 좀 해주세요."
"어디에 해야 하나요?"
"미안한데 손잡아도 되지요?"
"네,"
내 손을 잡고 싸인할 그 자리를 가리키며 "싸인하면 돼요" 하고 말씀하신다.
"다음에는 직접 제가 방문해서 상담할게요."
"네,"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괜찮아요. 오늘 행사가 있어서 온 거거든요."
상담이 끝났다. 나오려는데 팀장님이 한 마디 하신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책상에 나는 부딪혔다.
얼마나 창피하고 속상하던지.
도우미 선생님도 어디선가 짠하고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합창공연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국악이었고, 두 번째 공연은 댄스,
세 번째 공연이 바로 우리 합창이었다.
긴장이 되는 걸까?
마음이 두근두근 떨려온다.
첫 곡은 가정의 달인만큼
어머니 은혜, 5월의 어느 멋진 날, 저 산 너 머였고,
그 다음 곡은 목장의 노래, 마지막 곡은 사랑해요였다.
잘 마치고 나니 긴장도 풀리고 마음도 후련해지고
다 끝났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다시 도우미 선생님 차를 탔다.
도우미 선생님은 동료 활동지원사에게 전화 하시더니 그곳으로 가겠다 하셨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도착했다.
동료 활동지원사 선생님은 김밥을 사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뿐 아니라 날이 덥다고 커피랑 아이스크림도 사주셨다.
이후 도우미 선생님은 다시 말한다.
"우리 집에 가요."
"네"
동료 활동지원사 선생님도 같이 우리 집에 놀러 오셨다.
나도, 활동지원사 선생님도 배부른 상태라
무엇을 대접한다는 것이 서로 무리였다.
선생님이 퇴근하시고 오후 2시,
주은이는 전화를 했다.
"엄마, 장애인 콜택시 불렀으니까 타고 병원에 조심히 와. 알았지?"
"응, 알았어"
병원에 도착했다.
발 보호대를 뺄 생각으로 잔뜩 기대하고 간 것이었는데, 아마 아직 아닌가 보다.
실망 된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치료 다 받고 주은이는 학교로, 나는 집으로 향한다.
기사님은 집 앞까지 바래다 주시면서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에게 물으신다.
"보호대는 언제까지 해요?"
"의사 선생님이 이번주까지 하라고 하셨어요.
보호대 오늘 빼라고 할 줄 알고 반대편 신발까지 준비해 갔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