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 선생님 출근 안하신 날
허전한 하루의 시작
익숙해진 소리는 없다.
오늘은 도우미 선생님이 출근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모닝커피와 함께 '아침마당'을 보고, 서로 웃고, 즐기고 그랬는데
뭔가 허전한 하루가 시작된다.
무슨 일일까?
오늘은 아빠도 전화를 받으시지 않는다.
결국 한 번 더 전화해서 받으셨지만,
그 때는 이미 무언가 바쁜 일이 있으신 것 같다.
그렇게 농사일을 하지 말라 했건만 아빠는 그래도 끝까지 하시려나 보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통화가 되니 마음이 편해진다.
아침밥을 차려먹고
커피 한잔하고 있을 때 주은이는 잠에서 깼다.
"엄마, 오늘 병원 가야지."
"응, 물론 가야지. 발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말이지."
"콜택시 부를게."
차가 잡혔다.
"주은 아 보청기는 언제 보러 가?"
"지금, 가는 길이야."
"그래."
보청기 집에 도착했다.
이젠 나이가 있어 그런지 잡음도 심하고
들리는 게 버거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모녀는 보청기를 보고 난 후 카페로 갔다.
차 마시면서 다시 콜택시를 부르기 위해서였다.
이번엔 정형외과 가는 길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나는 괜히 두렵고 무섭게 느껴진다.
왜 그래야 할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그동안에 기사님들의 엄청난 짜증과 화와 훈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움츠리게 되는 것 같다.
바보같이 말이지.
병원 진료 마치고 주은이와 맛난 점심을 먹으려고 했다.
그러고 나서는 친정집을 다녀오려고 했다.
오래도록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바로 구역예배 날이었다.
그래서 난 그냥 콜 불러서 혼자 집에 와야 했다.
주은이는 친구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구역예배 시간이 다가온다.
그런데 모두 직장 다니시다 보니 시간 맞추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결국 권사님과 단둘이서 앉아보게 되었다. 비록 다 모이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드릴 수 있는 것이 그냥 행복이다.
우리는 말씀을 나누고 서로의 간증을 나누었다.
지난날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위기는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이지만,
극복에는 큰 용기가 반드시 필요했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때를 생각하니 지금의 우리 아이 너무나 대견하고 멋지게 느껴진다.
사춘기 시절을 어렵게 보냈지만 앞으로 더 멋지게 잘 지낼 거라 나는 믿고 싶다.
아니 믿을 거다.
세상을 잘 열어 갈 것을 믿고 싶다.
형제가 없이 외동으로 커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더 짠해져 오는 마음이다.
그래도 참 다행이지, 잘 커 준 것도 고마운데
자신의 미래를 뚜렷이 계획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나는 마음이 참 뿌듯하고 따뜻하다.
권사님의 기도처럼 주은이가 지혜롭고 건강하고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길 소망해 본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 나는 학교 강의를 듣는다.
오늘은 세계 음식의 과목을 듣고 있는데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에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
우리의 혀에 다섯 가지 입맛이 있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감칠맛.
그렇게 배웠고 이것이 당연하다고 느꼈는데, 그게 다가 아닌가 보다.
그렇긴 하네.
향으로 알 수 있고, 보는 것으로도 추측이 가능하네.
다양한 나라의 음식 중 가장 신기한 건
요리에나 쓸 법한 것을 아이스크림에 쓴다고 하시니 조금은 많이 낯설었다.
우리나라 정서에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