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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Oct 27. 2024

열정이 식어버리면 나오는 행동

지원사 선생님이 바뀔 때마다

나는 많이 힘들어했었다.

적응하기가 어려웠고,

다가가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세 번째 활동지원사 선생님은

초반부터 엄청 열정적이고 친근하셨었다.
근무 없는 주말에도 오셔서

중요한 활동을 도와주실 정도였다.


그러다 복지관에서 활동지원사 교육이 있던 날,
선생님이 나에게  같이 가자고 하시기에 따라가 보았다.
하지만 교육 내용에 조금은 실망했다.
장애인에 대한 교육 내용이 아닌,
활동지원사 중심의 내용인 것이었다. 이용자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교육이 끝나고 나서는 집에 돌아와
선생님이 점심을 차려 주셨다.
계란말이도 해 주시고,

필요에 따라 직접 집에서 만들어 오셔서

차려주시기도 한 바람에 너무 맛있었다.
무엇보다 어딘가 활동에 참여할 때마다 늘 함께 참여하셨던 게 많이 고마웠다.


그런데 선생님이 언제부턴가 주식을 시작하셨다.
선생님뿐 아니라  자주 만나던 동료도 같이 하셨는지,

다른 때와 달리 버겁고 힘든 대화가

많이 오고 가는 것을 들었다.
그때부터 선생님은 무언가 달랐다.
말 수가 적아지고,

근무시간 내내 휴대폰 보느라 할 일을 못하시고,
늘 같이 다니던 병원 진료도 멀다며 가시지 않게 되었다.


결국 거의 모든 진료를

주은이가 시간 비워서 동행하게 되었고,
활동지원사 선생님도 그것을

당연시 연기 시는 듯 싶어 난 서운했다.
안 그래도 자주 가던 치과나 안과에서

너무 부정적 진단을 받아 속상했는데,
선생님 마저 소홀해지니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그때, 기막힌 이야기로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주은이가 선생님께 병원 동행 좀 부탁한다 하니

"너 정신과약 먹는 거 알고 안타까워서 말 못 했는데,
그런 건 보호자도 같이 돕는 거야.

난 할 만큼 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하니 서운해."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복지관에 전화하며 자세히 이야기하자

가재는 게 편이라고,

나를 설득하는 말씀에 그만 소름 돋았다.
억울했던 이야기 다 해도 분이 사라지질 않았다.
결국, 선생님도 골다공증으로 버겁기도 하고 이 일이 벌어지면서 그만두시게 되었다.


나는 그래도 워낙에 잘해주시던

그 모습 때문에 믿었었는데,

헤어지고 나서는 다신 선생님을

받지 않겠다는 다짐마저 생겼다.
결국 공백 기간이 한 달이 넘어가자
다시 복지관에서 연락이 왔다.
다른 선생님이라도 받자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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