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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올 거지?

by 미뚜리

일요일 아침,

예배를 마치면 늘 우리 모녀는 친정집에 갔다.

집에는 아빠뿐, 아무도 없었다.

아빠는 누구를 기다리고 계셨던 걸까?

침대 위에 앉자만 계셨다.

그리고 우리를 반기셨다.

나는 주방부터 가서 밀린 설거지를 했고

주은 이은 할아버지 밥상을 차려 드렸다.

셋이서 밥을 먹고 있을 때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둘째 오빠였다.

그래서 우린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다 먹고 나서 난 설거지를 하려는데

오빠가 자신이 한다며 하지 말라고 한다.

그때였다

오늘 만나기로 한 소꿉친구가 전화를 했다.


"미애, 집에 왔니?"

"응, 금방 전에 왔어"

"부지런도 하지,

난 지금 출발했는데 집에 도착하면 전화할게"

"응"


그리고 얼마나 시간은 흘렀을까?

친구 부부는 우리 친정집에 왔다.

아픈 아빠께 인사부터 하고

친구 부부와 나 그리고 둘째 오빠

다같이 대화를 한다.


친구 남편은 벽에 걸린 옛 사진을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아빠 형제가 아무도 없네.

막내 고모가 제일 먼저 세상을 떠나셨고

그다음 아빠의 형이 돌아가셨다.

아빠는 많은 위기를 겪긴 했다.

2000년쯤, 아빠가 아파트 경비 하시다가

갑자기 백혈병과 얼마 못 살으실 거라는

판정을 받았었다.

가족은 비행기라도 태워 드려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 오시게 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결혼한 지 얼마 안 돼서 벌어진 일이라

많이 속상해하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딸이 올해 24살이니 못해도 25년은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비싼 약도 병원비도 힘들어하시던 생각이 난다.


그러게 세월이 참 무섭네

그 후로 아빠는 혈액암도 생긴 바람에 더 버거웠다.

그러고 보면 아빠가 존경스럽다.

그런 가운데 속에도 치매인 엄마를

14년이란 세월을 혼자 지켰으니 말이지.

결국,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실 수밖에 없었지만.

그러게 평생을 같이 하다가 따로 살게 된 노후생활.

원하던, 원하지 않던.

현실의 잔인함을 보여준다.


친구 부부를 보내고

아빠는 피곤한지 주무시고 있을 때

우리 모녀도 작은방에 들어가 쉬었다.

주은이가 말한다.


"엄마, 3시쯤 장애인콜 부를게"

"응 알았어"


무얼 먹어도 다 쓰다는 아빠가 걱정되지만

우린 차가 도착할 때 아빠에게 그리고

둘째 오빠에게 인사를 하고 집에 왔다.

그래도 아빠 보고 오니 기분이 좋네.

잠들어 버린 주은이.

그리고 난 족욕을 즐기며 하루 피로를 푼다.

아참 아빠한테 전화드린다는 걸 까먹었네.


"아빠, 저예요"

"응. 그래 잘 갔니?"

"그럼, 다음에 또 갈게요.

식사 잘하시고, 약도 잘 드셔야 해요. 아셨죠? "

"응 알았어 전화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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