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마다 한다.
어느덧 여름이 떠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었다.
그렇게도 길고 지루하던 여름이었는데, 벌써 계절은 바뀌었다.
그 사이 활동지원사 선생님도 개인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셨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늘 딸 주은이가 도와주고 챙겨주는 모습을 볼 때면
버겁다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진다.
활동지원사는 3년마다 재계약을 한다.
올해가 바로 그 해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 알았다.
활동지원사 업무가 국민연금공단에서 관리된다는 사실을.
주은이와 내가 준비한 서류를 행정복지센터에 제출하고 며주후에 내게 공단분들은 연락을 주셨다.
그리고 두 분이 방문하셨다.
처음엔 조금 두려웠다.
왠지 차갑고 형식적인 대화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내 불편한 점을 꼼꼼히 들어주시고 살펴보는 모습에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두 분 중 한 분이 내게 물었다.
“현재 120시간인데, 괜찮으신가요?”
“네, 가끔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에요.”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다른 한 분이 주은이에게 말했다.
“재학증명서 꼭 제출하세요. 혹시나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어서요.”
그 후, 잠시 쉬었다가 다시 지원사 선생님을 신청할까도 고민했지만
결국 난 내년에 받기로 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주은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선생님들 대 부분이 그렇게
귀찮은 일들은 모두 주은이에게 맡기곤 했다.
병원에 갈 때도, 공연을 갈 때도 그랬다.
주은이에게도 자기 일상이 있는데,
그걸 이해해 주지 못하는 그 모습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게 생각해 보았다.
‘주은이가 취업해 하루를 비우는 시간이 되면,
그때는 조금 더 꼼꼼히 챙겨주시는 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늘 지정된 병원을 다니는데도
어떤 선생님은 “그럴 필요 없다”며
자신이 편한 병원으로 가자고 하기곤 했다.
그러고 보니 그나마 처음엔 함께 병원도 다녀주시긴 했었데,
그게 오래가지 못하니 당연히 서운한 마음이 든다.
다음 선생님은 시각장애인을 조금 더 이해해 주실 수 있는 분이길 바란다.
주위에는 10년 넘게 한 분과 함께하는 분들도 있다는데,
그 비결이 뭘까.
나는 작은 말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상처를 받곤 하는데 말이다.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해준다.
“너무 착하기만 하면 안 돼요.
분명히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할 줄 알아야 관계가 이어져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나도 분명하게 말한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들은 늘 자기 입장에서만 이해하려 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매번 같은 이유로 관계가 멀어지곤 한다.
이제는 자신이 없다.
그래도 언젠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 오래 함께할 수 있다면,
동네 곳곳을 함께 여행하며 추억을 쌓고 싶다.
많은 고민이 된다.
내년에 새로운 선생님을 다시 둘지,
아니면 안내견을 생각해 봐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