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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라도 아부지 좋지?

응, 아부지 좋아

by 미뚜리

엄마는 아빠가 안 보이면

불안해하는 모습이 참 귀엽다.

아빠가 자신의 몸도 버겁지만

치매이신 엄마를 끝까지 지킨다고

고백하실 때도 종종 있었다.

쌀농사도 지셔서 자식들이 쌀 떨어졌다고 하면


"컨테이너박스에 가면 거기에 쌀 있어"


하며 가기 전에 차에 실어주시던 아빠.

엄마 케어하는 게 가끔 버거울 때면

전화 하셔서 "너 집에 좀 와 줄래?" 하셨다.

가면 아빠는 엄마 케어가 버거웠는지


"나 서독골 놀러 갔다 올게

엄마 서너 시간만 네가 좀 봐주라, 응?"

"그래요, 다녀오세요"


엄마와 나만 남은 집

아빠가 아닌 딸만 있다는 걸 인식 하시는지

내게 다가와 뽀뽀를 쪽 하시더니


"난 네가 좋다"


나비야~나비야

이리날아 오너라

노랑나비 흰나비

춤을 추며 오너라


손동작도 이쁘게 하며

앞에서 귀여운 재롱

그런 엄마가 속상하기도 하지만

귀엽기도 하다.

때론 딸로 볼 때도 있고

엄마의 동생을 기억하시는지 내게

"동생, 보고 싶었어" 하기도 하신다.

"그래. 시집살이는 괜찮고...?"

"응"


시간은 얼마나 흘렀을까?

아빠가 집에 돌아오셨다.

그걸 본 엄마는 아빠를 오랜만에 본 것처럼

너무도 반가워만 하신다.

그런 엄마에게 난 말했다.


"엄마, 아빠 좋아?"

"응."

"뭐가 좋아, 젊었을 때 술도 많이 마시고

무섭게 화도내고 상도 엎었었잖아"

"아니야, 네가 나빠"


옆에서 그 대화를 지켜보시던 아빠는 환하게 웃으시며 그러신다.


"그렇지, 나 좋지?"

"응"


그래 좋은 기억만 남아 있는 엄마가

귀엽게 느껴진다.

부부는 일심동체

아파도 같이 아프고

컨디션이 좋을 땐 같이 좋고

이런 걸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건가?

아빠는 엄마에게 말하셨다.


"큰아버지 손에서 7살부터 살고

그때부터 부뚜막에 올라앉아 밥도 짓고

고생 많이 했지 우리 엄마.

아니 마누라 고생 많았지.

내가 저거보다 하루만 더 살아 지켜줘야 할 건데...

나만 바라보고 산 게

친정집에서 20살에 시집오고

나랑 50년을 넘게 살았네.

친정에서 보다 나랑 산 게 더 길어.

어쩌다가 치매가 왔을까?"


아빠는 엄마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이어 말했다.


"엄마, 나 좋지?

아버지 좋지?"

"응~아부지 좋아"


나는 저녁 먹고 가라는 아빠에 못 이겨

저녁을 먹고 장애인 콜을 불러 집에 왔다.

지금은 비록 건강이 안 좋으셔서

엄마도 아빠도 모두

요양원에 가시게 되었지만

가끔 아빠는 엄마를 보러 가고,

잘 있는지 프로그램을 같이 참석해 보고.

아빠는 이야기하신다.


"다른 치매 분들은

똥을 싸서 벽에 칠하기도 하고,

욕도 하고, 때리기도 하는데

우리 할멈은 분명 이쁜 치매야."


맛있는 것 앞에서는 양보가 없지만

소 대변도 잘 가리시는지


"엄마, 오줌 많이 쌌어?

기저귀 갈아 줄까?"

"아냐 아직 안 쌌어"


하며 귀엽게 웃으시는 우리 엄마


엄마를 내가, 아니지 딸 주은이가 그렇게

보살피다가 요양원 보낼 땐

너무 속상해 문득문득

죄책감이 나를 괴롭혀 속상했는데

엄마 아빠가 같이 지내시는 건 아니지만

같은 요양원이니

보고 싶으면 보러 갈 수 있는 것에

작은 위로를 스스로 한다.

다시 건강해지신다는 보장은 없지만

더 진행만 되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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