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아가만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나는 없는 듯 싶었지만
그래도 아이를 포근히 안을 때면
남부럽지 않은 행복이 가득하다.
아기가 엄마를 찾는다.
아기 역시 엄마 손에선 얌전한 소녀.
그런데 냄새가 수상했다.
기저귀 가득 남몰래 응가를 했다.
더러워진 엉덩이부터
물티슈로 깨끗이 닦고 목욕을 씻겼다.
친정 엄마는 그러셨다.
하루는 머리부터 씻기고,
다음 하루는 발부터 씻기라고 하셨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골고루 잘 자라라는 뜻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머리부터 씻기 시작했다.
그러자 친할아버지도 거들고 싶었는지 다가오셨는데
손녀에게 하신 말씀이 재미있다.
물속에서 발 장난하는 아이를 보고
"혹시, 너도 아비 닮아
술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안 돼. 알았지?"
다 씻고 수건으로 닦아내고 크림도 발라주고
개운해진 몸이 기분 좋은지
기지개를 쭉 켠다.
남편이 준비해 준 우유를 먹이니
잠이 들어 버렸다.
"자는 모습이 왜 이리 예쁠까"
혼잣말을 하며 아이의 손을 만지다
길어진 손톱을 발견했다.
조심히 가위를 들고, 아이 손을 잡고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조심
혹시 깰까 봐 숨 죽여가며 하나하나 깎았다.
다행히 잠에서 깨지 않은 우리 이쁜이.
아가 때부터 이쁜 효녀였다.
아이가 자는 동안 나는
나를 위해 커피를 마셨다.
그때였다, 전화가 울렸다.
친정 엄마였다.
"아기는 잘 보고 있는 거야?"
"응~잘하고 있어."
한참을 기분 좋게 통화하는데
우리 아가는 잠에서 깼다.
아기는 좋아진 기분이라 그럴까?
팔다리의 허우적거림이 크더니
하나씩 배우려나보다.
두달 된 아가는 뒤집기 도전에 나서고
포기하지 않던 결과, 정말 뒤집었다.
그런 초보 엄마는 깜짝 놀랐다.
스스로 배워가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그래놓고 힘드니까 울어버린다.
"잘했어 우리 아가, 그 용기는 어디서 난 거야?
다음엔 목도 가눌지도 모르겠구나!
우리 똑똑이 엄마 닮았네!"
우리 아기가 걷는 걸 상상하며 혼자 웃는다.
친구가 전화했다.
광주로 시집간 친구였다.
살아 내면서 부딪치는 일상들 툭툭 털어내면
마음도 시원해지는 건 맞지.
육아도 결혼생활도 모든 것이 처음인데
이 정도쯤 잘 버티고 있는 거라며
서로 격려하고 또 토닥이는 우리는 친구.
그런 친구와 통화하고 나니
기분도 그냥 좋아진다.
오늘은 아기 아빠도 일찍 퇴근했다.
늘 바쁘다고 봐주지 못했는데
웬일로 다 모인 우리 가족.
뒤집기를 열심히 도전한
아이의 자랑에 잔치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