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고 기고하더니 기적의 순간이 벌어졌다.
할아버지가 아이를 안고 세워
"걸음은 이렇게 걷는 거야" 하며
은근슬쩍 손을 떼버렸지만 정말 걸었다.
돌도 안 된 아이가 걸음마를 하고 주저앉았다.
할아버지와 나는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또한 아이 아빠에게 자랑해 보지만
돌도 안 됐는데 어떻게 걷냐고 했다.
그럼 내가 본 게 정말 가짜일까?
아기 엄마들은 거짓말을 하루에 열 번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설도 있긴 하다.
말을 못 하는 아기가 엄마라고 했다든지.
그러나 난 인정한다.
오늘의 우리 아가 모습을 보니 말이지.
대견하고 이쁘다.
아이가 빨리 큰다는 이유로
새 옷 하나 편안히 못입히고
남의 옷만 입히던 게 가슴 아팠는데
그 날은 최고의 날이었다.
그런 아가를 꼭 안고 뽀뽀를 쪽 했다.
"아가야 최고 멋지다. 첫걸음마를 축하해."
할아버지도 좋았는지 방에 들어가시고는
딸들에게 자랑하기 바쁘셨다.
그러나 우리 아가와 비슷하게 태어난
작은고모의 아들은 아직인 게 문제였다.
기뻐도 기뻐할 수 없었던 현실
그때 친정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그래서 우리 아가가 첫걸음을
세발 걸었다는걸 이야기하자
너무나 기뻐하셨다.
기념으로 멀 사줘야 하나 하셨다.
"엄마가 아기 한복 이쁜거 사줄게, 괜찮지?"
"응 엄마 고마워"
한참을 수다 떨고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바로 아가 아빠도 전화를 한다.
지금 퇴근하려는데 뭐 필요한 거 있어?
있으면 얘기해 사 들고 갈게.
"응, 물티슈와 기저귀가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그래 그거 말고는 없어?"
"그런 것 같아"
그 후 저녁 10시가 좀 넘었을까?
우리 아가 아빠가 돌아왔다.
물티슈와 기저귀를 잔뜩 사가지고 왔다.
산 김에 아예 장도 봐왔다면서 말이지.
그러게 한동안 든든하겠다는 안도감도 생긴다.
평소엔 시켜먹는 걸 안 좋아하던
아기 아빠가 오늘은 무슨 일일까?
맛있는 걸 사 먹자고 했다.
뭐가 먹고 싶냐길래
고향 생각이 나서 그런 건지,
닭갈비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모든 식구가 나가서 모처럼 외식을 했다.
얼마만인지, 별것 아닌 것에
나의 존재감과 기쁨과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엄마가 다 이런 마음이겠지.
맛있게 먹고 난 후, 아이 아빠는 나온 김에
바람도 쐬고 들어가자고 해서
할아버지는
"그럼 난 집에 들어갈게" 라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