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나도 이렇게 컸을까

아이의 첫 보험

by 미뚜리

따뜻한 봄날이었다.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외출할 때였다.

농협 직원이 내게 다가와

아가 보험을 들으라는 거였다.

그때는 사실 보험을 왜 들어야 하는지

정확히 이해를 하지 못했고,

들을 수 있는 입장도 안됐었다.

아무리 저렴한 가격이어도

월급봉투가 아닌,

용돈을 받고 사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며칠 후 그분은 우리 집에 방문하셨다.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해줄 테니

보험을 들으라는 거였다.

그래서 시작했다.

꼬깃 꼬깃 모아놓은 돈으로

우리 아기 보험을 시작하였다.

하나는 '가족보장 공제'였고,

또 하나는 '내사랑내아이 공제' 이었던가?

나중에서야 알았다, 왜 보험이 필요했는지.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기라도 할 때

서류를 제출하게 되면 돈이 들어왔다.


받은 서류를 잘 보관하려고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보험이 든든하기도 했다.

아이 보험을 들을 때 나도 같이 들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장애인이면 보험을 들 수 없다는 조건이 있다.

아니면 장애가 있는 부위를 빼고

나머지만 보험이 되는

이상한 조건에 보험이 가능했던 현실이

조금은 낯설었다.


그니까 내가 시각장애인이니까

눈에 대한 보험 빼고

나머지만 된다는 거였다.

어찌 됐든 망설이고 있는데

그 보험은 우리 아기 아빠가 들어주었다.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어찌 됐든

보험을 나도 들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든든했다.


아기는 "맘마" 하먼 예쁜 입을 벌리고

이유식을 잘 받아먹는다.

딸랑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뭐든 입으로 가져가는 아이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옹알옹알 하기도 한다.

저녁밥을 먹으려고 할 때,

할아버지는 주은이를 유모차에 태워 나들이 나서고

나는 그 사이에 밥을 잽싸게 먹는다.

주은이와 할아버지가 돌아왔을 때

아가는 즐거움도 잠시

집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마구마구 울기 시작했다.


외출 맛을 알고부터 아가는

집에 들어올 적마다 서러워서 난리다.

할아버지가 식사하시는 동안

나는 아이를 달래고 우유를 먹이자

얌전해진 우리 아기.

좋아진 기분에 기저귀 상태도 살피고

혼자서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웃는다.

그때였다.

친정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주은이 잘 보고 있는 거지?"

"응 잘 놀아.

한 번씩 잠을 못 자고 떼 쓸 때가 있어. 힘들어."

"너도 그렇게 해서 컸지.

스스로 큰 걸로 알지만 말이지."

"아냐... 난 얌전했을 거야."

"너도 똑같았거든, 그리고 애가 얌전하면 안돼."

"그런가... 그래도 나 힘든 것 같아 엄마."


친정 엄마는 많이 힘들면 봐줄 테니

데리고 오라는 말을 남기고

우린 전화를 끊었다.

친정엄마가 계셔서 위안이 된다.

조금만 힘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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