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우리 아가 아빠 회사가 쉬는 덕에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던 날.
우리 아가의 울음소리로 하루가 시작된다.
밤사이 두 시간에 한 번씩 깨던 아이도
조금씩 적응해 가는 건가?
나 역시 모처럼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기저귀를 만지며 마치
갈아달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만 같은
우리 아가의 울음.
그래 엄마가 간다.
기저귀 하나를 챙기고
밤새 젖은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개운한 모양이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빵긋 웃어주기도 한다.
아빠가 하나하나 타놓은 우유병 중 하나
따스하게 데우고 가져가서 아이를 안고
우유를 먹이려는데
아기는 엄마 손을 반기며
우유병을 입가에 갖다대니 씩씩하게도 빤다.
아기의 기분이 만점일 때 기회를 노리는 아빠.
길어진 손톱을 깎아 주려고
손톱깎이를 가져와 보는 데
아빠가 아기 손을 잡자
아기는 아빠 손을 꼭 쥐는 바람에
손톱이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깎아 보고 싶었는지
해주다가 그만 일을 벌였다.
살을 찍게 돼서
아가의 손가락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
기분 좋던 아가는 악을 쓰고 운다.
아프다고 마치 외치는 것만 같았다.
그걸 본 아빠는 당황스러워
그만 손톱 깎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그리고 아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밴드를 붙여주었다.
아기를 달래고 달래니 결국 잠이 들어 버렸다.
그 사이 우리 가족은 밥을 먹기로 했다.
할아버지와 아빠 그리고 나
모처럼 셋이 모여 아침 식사를 먹을 수 있었다.
얼마만의 여유인지 모른다.
그때였다 할아버지는 이야기하셨다.
"요 며칠 전 주은이는 걸어서 세발 정도 걸었지"
그러자 아빠는 믿어지지 않는지
"아직 애기인데 어떻게 걸어요"
하고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그때 정말 신기했는데
그 후로는 그런 기적은 보이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애 아빠도 못 믿는 것 아닐까?...
그래도 벌써 돌이 다가오는데 걸을 수도 있지
성장과정은 아기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가
더 빠르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아기 아빠는
아기 변기도 사 오고, 분유도 사고,
기저귀도 사 왔다.
그걸 보고 할아버지는
애 아빠에게 야단을 친다.
이런 거 살 생각 있었음
어미랑 같이 가지 그랬냐고 그러자
아빠는 삐졌는지 아무 말도 안 한 채
담배만 한참 피우다가 집에 들어왔다.
그리곤 미안했는지 다가와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 아기 아빠.
그래서 난 가락국수라고 했고
아이도 할아버지도 모두 같이 나가
외식하는 그런 저녁이었다.
식당은 조용했다.
우리는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만 바빴다.
신기했는지 기어 다니며
수저통을 엎어놓고 휴지도 빼놓고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없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신다.
"그래 너도 최씨지.
최씨니까 순하지는 않아"
순간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