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슈퍼맨 친정엄마

by 미뚜리

돌이 한참 지나자 우리 아가는

걸음걸이에 다시 용기를 내었고

소, 대변을 가릴 순 있을까 하는 바람이 생길 때

친정 엄마는 우리 집에 놀러 오셨다.

모든 엄마가 그럴까?

딸이 힘들까 봐 아가도 봐주시고

심지어 내가 잘 못하는 청소도 해주셨다.

그런 엄마가 무척 고마웠다.

그동안 힘들었던걸 모두 잊을 수 있을 만큼 행복하다.

아가 친할아버지는 교회 가시고

모녀와 아가가 점심을 맛있게 같이 먹고

아이를 같이 보니 너무 든든했다.

엄마는 우리 아가의 표정을 읽으시는 건가?

갑자기 입고 있던 바지와 기저귀를 빼고 말씀하신다.


"주은아 우리 변기에 쉬 해볼까?"


뚜껑을 열고 앉아 있는 우리 아가가 이뻤다.

좀 앉아 있는 것 같더니 장난기가 된 걸까?

아님 외할머니가 오셔서 좋은 걸까?

거실을 돌아다니다가 바닥에 그만 응가를 쌌다.

친정 엄마는


"이럴 때 칭찬 먼저 해주고 가르쳐 주는 거야.

바닥이 아닌 변기에 싸는 거라고 말이지."


나는 엉덩이 닦아주며 혼잣말을 했다.


"기저귀 안 적시고 이렇게 이쁘게 싸줘서 고마워"


아기는 알아들은 건가?

수시로 변기에 앉아 보고

그렇게 해서 조금씩 소변을 가리는 우리 아가.

너무도 대견했다.

바닥에 흘린 똥을 찾고 있는 나를 보며

친정 엄마는


"괜찮아 엄마가 진작에 치웠지."


그제야 난 알게 되었다.

엄마는 그새 밑반찬도 모두 만들어 주시고

친할아버지 눈치가 보이신 걸까?

하룻밤만 주무시고 집으로 가셨다.

하필 아가 아빠가 일이 바쁜 날이라

외식도 못해보고 보내 드린 게 무척 속상했다.

일찍 퇴근한 아이 아빠는 미안했는지

저녁시간동안 아이와 많이 놀아 주었다.


시간은 얼마나 흘렀을까?

아이의 웃음이 한순간에 울음으로 변했다.

아빠와 장난치다가

화장대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혔는데

피가 제법 나와 병원을 급하게 갔다.

이마를 심하게 부딪혀서

3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순간 너무 속상했고

원망 아닌 원망이 가득했다.

피곤한 것도 알고 버거운 것도 아는데

이렇게 꼭 일을 벌리는 아이 아빠가 원망이 되었다.

그냥 눈물만 나왔다.


그때 친정 엄마가 전화하셨다.

집에 잘 도착했다는 이야기와

반찬 위치, 이유식 만드는 방법들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주은이 친할아버지가

엄마에게 전화 주셨다고 한다.

집 청소며 화장실 청소며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셨다나.

그러나 난 아기 다쳐서

속상하다는 이야긴 차마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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