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어린 자식과 병든 시아버지

by 미뚜리

최근 너무 이상했다.

그렇게 자상하시던 할아버지는 짜증이 급격히 늘었다.

병원에 아들이 모셔서 같이 가셨는데

그만 간암이라는 먹먹한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아이를 잘 봐주시던 손길도

그만 차가워진 게 속상했다.

그래서 오후에 목사님이 방문하신다는 말씀에

집을 싹 치우고 아기를 목욕 시켰다.

그래도 혼자 절절 매는 게 안쓰러우셨던 건가

주은이 기저귀를 다 치워 주셨다.


그때였다.

목사님은 할아버지를 위해

방에서 기도해 주시는듯싶었다.

나는 주은이 고모가 사다 주신 빵을

예쁘게 썰어 가져다드렸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두 분은 나오셨고

식사하러 갈 거라고 하신 바람에

난 꼬깃꼬깃해진 5만 원을

할아버지에게 드리며


"맛잏게 드시고 오세요"


하며 인사를 했다.

아이와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 한 바퀴나 돌자 하고 나왔는데

아이는 놀이터를 보자 힘이 났다.

유모차에서 내려주니

곧바로 모래가 있는 공간에서 노는 아이


그런 아이를 혹시나 놓칠까 봐

절절매는 엄마의 마음은 전혀 모른 채

아기는 놀기만 한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 들어가자고 했지만

아이는 보이질 않는다.

내가 두리번대며

아이를 급하게 찾을 때

어디선가 아이는 나타나고

집에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런 일이 한두 번 있고부터

아이가 잘 보일만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아이도 실컷 놀고 다시 엄마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 덕에 아이를 잃어버리는 일은 다행히 없었다.


그런데 애 아빠는 고모에게 들은 정보를 쏟아내었다.

주은이도 어린이집 보내야 하지 않냐고.

근데 그러고 싶진 않았던 게

이제 두 살인데, 이제 돌 억지로 지났는데.

너무 버겁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난 거절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목사님과 식사하시고 돌아와

자식들에게 전화하시느라 바빴다.

며느리가 드린 5만원이 꽤나 기분 좋으셨나 보다.


우리 아가부터 우유를 먼저 먹이고

밥상을 차려 보지만 잘 드시질 못했다.

또한 아프시다 보니 어린아이가 되신 건지


"나 다리 부었어, 나 어디 아파"


하시는 할아버지 모습은 낯설었다.

그런 모습이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주위는 수근 거렸다.


"아기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여

할아버지 시설에 보내는 건 어때?"


난 거절했다.

그러자 내게 활동지원사를 붙여 주셨지만

매번 거절했다

그냥 죄 짓는 기분 같아서 말이지.

어린 자식과 병든 부모, 쉽진 않겠지만

최선을 아끼고 싶지 않았다.


퇴근하는 애 아빠에게도

우리가 직접 모시자는 말을 해 보았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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