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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스띠모 Oct 16. 2023

몽골 | 시그널

초원에 누워서 첫키스를 할 거야, 3 weeks in Mongolia

타왕복드는 데이터 신호가 아예 터지지 않는, 그러니까 인터넷이 아예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디지털노마드로 사는 사람들은 꼭 타왕복드를 피하는 게 좋겠다. 사실 몽골에 오기 전 몽골에 가면 인터넷을 찾지 않을 것이다. 그저 자연에 동화되어 살 것이다 라는 다짐을 잠시 하였지만 정말 잠시 뿐이었다.


어떻게든 데이터 신호를 잡아내려고 첫 날에는 돌 산에 올라가기도 했으며, 데이터가 잘 안 터지는 상황을 대비해 온갖 음악과 영화를 휴대폰에 잔뜩 다운받아놓았다. 이래야만 푸르공에서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음, 타왕복드에서는 휴대폰을 거의 만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릴 수가 없다. 푸르공이나 다른 소도시에서 데이터 신호가 잡히지 않았더라면 신호가 잡힐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신호를 잡으려 애를 썼을 테지만 이 곳에선 그런 것 조차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휴대폰이라는 존재를 더욱 포기하고 잠시 자연 속에 나를 묻어둘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휴대폰이 되지 않으니 서로 얼굴보고 이야기 할 일이 많아지고, 캠핑의자에 앉아 서로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들과, 노래를 틀어놓고 가만히 산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는, 그런 것들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어 나 이 노래 좋아하는데!’ 하면서 한참 동안 노래를 듣곤 했다.


그래 애매하게 신호가 잡혔다 안 잡혔다 하면서 내 애만 태우느니 차라리 확실하게 안 되는 게 낫다. 육백수는 모든 걸 포기했다.

그런데 들었던 의문은, 아무리 이 곳이 문명과는 멀리 떨어진 곳이라 할지라도 도시와 소통은 해야할 텐데, 전화조차 안 터지는 건가? 요즘 세상에 이게 가능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제의 말에 따르면 몽골에서는 주로 3개의 통신사를 사용한다고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비콤, 푸제가 사용하는 유니텔, 지-모바일 이렇게 3사가 몽골 3대(?) 통신사이다. 우리나라의 3사같은 느낌이려나.


모비콤은 몽골을 여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심카드이다. 데이터가 빵빵한 곳에서는 아주 잘 터지지만 조금만 교외지역으로 나가면 연결이 잘 되지 않는 단점이 있고, 유니텔은 교외 지역에서도 가끔 터지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가 몽골 사막에 있었을 때, 모비콤은 안 터지고 유니텔은 터졌던 경우가 꽤나 자주 있었다. 마지막으로 타왕복드 집에서 쓰는 지-모바일. 집에서는 오직 전화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는 것 조차 힘든 지역에다가,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아도 다들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으니 굳이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타왕복드에 사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얘네들은 어떻게 휴대폰도 없이 살지?'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아, 나도 어릴 땐 휴대폰 없이 잘만 살았었지. 그래. 스마트폰의 존재조차 모른다면 그냥 이렇게 살아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당연한 생각이다. 또 다시 내 시선으로만 여행지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스스로 잠시 반성을 했다.



휴대폰이 안 되니 할 일이 없어 일기도 썼다. 보통 이동할 때는 데이터 신호가 잘 안 잡히고, 숙소에 도착하면 신호가 잡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열심히 쓰겠다고 가져간 일기는 늘 가방 속에 콕 박혀있었고, 숙소에서는 그 동안 밀렸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업데이트 소식을 확인하느라 늘 바빴다.

'이럴 거면 몽골에 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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