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 누워서 첫키스를 할 거야, 3 weeks in Mongolia
타왕복드에 도착함과 동시에 또 다시 식사가 시작되었다. 분명 점심을 먹었는데, 또 다시 찾아온 웰컴푸드의 시간. 몽골에선 이 음식에 손을 대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라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여전히 배가 불렀음에도 빵을 한 입 먹어보았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어기가 각설탕을 차에 찍어서 마시는 걸 보고 왜 그렇게 먹냐고 물어보았는데, 돌아온 대답은 ‘이렇게 먹으면 굿'이었다. 그래. 뭔가 신기했다. 몽골에서는 주로 매 식사 마다 물 대신 따뜻한 차가 나오는데, 각설탕이 늘 딸려왔었다. 각설탕이라는 존재 자체를 거의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보는 듯 했다.
아무튼 어기는 각설탕을 넣은 차에 빵을 찍어먹으면서 이렇게 먹어보라고 권유를 했다. 초콜릿은 싫어하지만 단 걸 좋아하는 나는 잠시 달달한 설탕 차와 사랑에 빠질 뻔 했지만, 혈당 스파이크라는 걸 제대로 체감한 후 각설탕과 나 홀로 작별을 고했다.
분명 빵을 먹었는데 음식이 또 등장했다. 카자흐스탄 출신인 주인 아주머니께서 카자흐스탄의 전통음식인 베쉬마르크(Beshbarmak)를 만들어 주신 것이었다. 카자흐스탄은 양고기와 말고기를 주 식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전통음식들이 많다고 했다. 베쉬마르크도 그 중 하나.
또 양고기라니.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그만'을 외치고 있었다. 역시나 양고기파 세 명은 맛있게 식사를 시작했고, 반양고기파 세 명은 그저 음식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나마 만두피같은 것이 같이 있어서 그걸 좀 주워먹다가 양고기 향이 나서 내려놓았다.
양고기가 그렇다면 말고기는 어떨까. 한국에서도 말고기를 먹긴 하지만 주류가 아니다. 나 또한 말고기를 접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말고기를 한 입 먹었는데, 몽골 현지식에서 온전하게 먹을 수 있는 고기를 처음으로 먹은 기분이었다. 내 기억에 의하면 고기가 되게 질겨 씹기 힘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내 입에 맞는 몽골 고기가 있다는 기쁨에 말고기를 잔뜩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 물론 여기서도 양고기는 잘 먹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