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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스띠모 Oct 24. 2023

몽골 | 동행에게 화가 날 때

모하르트 강이 모하르트 강이라는 사실은 한국에 와서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는 그저 ‘어기가 추천해주니 믿고 가는 여행지'라는 생각으로 모하르트 강에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푸르공에서 살아남는 법

캠핑장에는 밤 8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하루간 머물 텐트를 설치하고, 푸제는 곧바로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여기서 잘 수 있는 건 맞아?”

너무나도 추운 이 곳, 우리를 막아줄 거라곤 사람이 살지 않는 캠핑장의 작은 초소같은 건물 뿐이었다. 춥다고 가만히 서있는 것보다는 텐트라도 빨리 쳐서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어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어기는 텐트 숙박을 주로 하는 유럽 여행자들과 많이 다닌 덕에 일사천리로 텐트를 설치했고, 가족 캠핑이 취미인 유진 또한 전문가가 따로 없었다. 생애 첫 캠핑을 몽골에서 하게 된 나는 뭘 도와야할지 몰라 텐트 설치 후 돗자리를 안에 평평하게 깔아놓는 걸로 제 몫을 다 했다.

사그라들기는 커녕 더 추워지기만 하는 이 곳. 분명 강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강은 없고 주변에 온통 모래 사막밖에 없었다. 여기에 진짜 강이 있다고? 


“조금만 걸어가면 강이 나와요”

조금만 걸어가면 나온다는 그 강 '모하르트 강'

푸제가 말했다. 음,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강인지 기대가 별로 되지 않았다. 지금 내게는 그 강을 가는 것보다 당장 느끼고 있는 추위를 쫓아낼 무언가가 필요했다.


말똥.

우리는 장작이 될 말똥과 나무를 주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얼마 없는 나뭇가지를 싹싹 긁어 모으고 마트에서 장을 보듯 말똥을 봉투에 한가득 넣고 있었는데, 준수는 저 멀찍이서 주머니에 손만 넣고 말똥을 모으는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준수야 너도 주워 너도 장작 같이 뗄 거 잖아. 나무라도 주워.”


라고 누나 하나가 말하니 슬금슬금 걸어가 나뭇가지만 몇 짝 주워온다. 우리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닌데 저렇게 행동하는 모습에 살짝 화가 났다. 여기서 뭐라고 해봤자 싸움만 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한 번 꾹 참고 생각을 누르기로 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기 싫을 수도 있지, 나뭇가지 주워 온 게 어디야. 하면서. 

준수가 여행 초반부터 오랜 시간 이동과 몽골의 음식, 잦은 환경의 변화를 힘들어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나는 평소 한국에 있을 때 회사 생활이나 단체 생활에서 누군가 비슷한 행동을 할 경우 참지 않고 말하는 성격이다. ‘본인만 힘든가, 지금 다 힘든데.’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었는데 몽골에 와서는 내 본래 성격조차 내려놓게 되었다. 


‘나도 힘들지만 저 사람은 좀 더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불평을 해봤자 거기에 화를 갖는 건 결국 나일 테니. 여기선 화를 내봤자 소용이 없다. 도시에서, 다른 여행지에서 동행과 같이 여행을 하다가 성격이 안 맞으면 당장 다음날부터 갈라설 수 있다. 그냥 각자의 길을 가면 되지만, 몽골에서는 저 사람과 당장 여행을 그만하고 싶어도 그만할 수 없다. 매일 같은 차를 타야 하고 하루 세 끼를 같이 먹고, 심지어는 같은 방을 써야 할 일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무조건 적으로 참는 게 좋다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올라올 때 저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배려하면 여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주운 말똥들은 우리들의 장작이 되고 마시멜로우를 굽기 위한 불이 되어주기도 했다. 이 날을 위해서 우리는 마트에 들러 마시멜로우를 샀다. 준수에게 괜한 장난을 쳐보겠다며 마시멜로우를 구워서 먹여주려던 나는 ‘저러다 말똥 묻힌다'는 준수의 말에 ‘아니야'라고 하는 순간, 말똥을 묻히고야 말았다. 


아, 모른 척 하고 줬어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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