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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스띠모 Oct 30. 2023

몽골 | 하르가스


몽골 호수 여행이 시작되는 날이다. 오늘의 일정이 하르가스 호수로 가는 걸 보니 여행이 점점 끝나가고 있나 보다. 하르가스 호수로 가는 길에 배가 고파진 육백수는 잠시 마트에 들러 끼니를 때우기로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라면을 거의 먹지 않는 나지만, 몽골에서는 라면이 술술 잘도 넘어간다.

마라탕맛 라면을 발견하고는 건면이라며 잠시 ‘조금 더 건강하게 먹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라면과 함께 주문한 건 정체모를 몽골 만두. <몽골 음식 잘 맞아요?>에서 이야기 했지만, 몽골에서 먹었던 음식 중 최악의 음식이 바로 만두였다. 이미 맛이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호기심이 식성을 이겨버리고야 말았다. 물론 먹자마자 뱉었다. 이 날 먹은 만두가 나쁜 의미로 평생 잊을 수 없는 만두가 되었다.

우여곡절 도착한 하르가스 숙소에는 역시나 숙박객이 우리밖에 없었다. 집 주인은 눈 앞에 보이는 예쁜 나무집들을 놔두고 저 멀리 컨테이너 박스로 육백수를 이끈다. 


“뭐야 우리 어디가는 거야?”


문이 열리자 리액션이 조금 바뀌었다. 완전히 새로 지은 건물을 우리가 처음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집 하나 짓는데 재료를 구하고, 사람을 쓰느라 굉장히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몽골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라 그런지 이 집을 짓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더 이상 이런 질문을 삼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머릿 속에 메모를 남겼다.

방 안에는 아슬아슬하게 달려있는 2층 침대와 앉으면 2층 침대에 머리를 박을 것 같은 1층 침대. 사다리 게임 끝에 2층에는 나무와 지아가 당첨되었다. 

날씨가 흐린 탓에 호수가 예뻐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엄청나게 차가워보였다. 실제로도 꽤 추웠다.

그래도 물이 귀한 몽골에서 물 근처에 있다는 게 기분이 좋아 호수 앞에 가서 피크닉(?)을 하기로 했다. 없는 게 없는 준수의 도라에몽 캐리어는 돗자리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준수 어머니는 우리가 이런 데서 낭만을 즐길 거라고 예상하셨으려나?

에어배드를 가져가려고 했으나 돌바닥에서는 찢어질 확률이 높다는 말에 건물 앞에 곱게 묶어둔 뒤, 과자와 보드카와 물병을 주섬주섬 들고 호수 앞으로 가 돗자리를 폈다. 육백수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고, 푸제도 심심했는지 우리 옆으로 왔다.

우리들의 대화 주제는 점점 의미없는 대화들이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의미없는 대화들이란, 친한 친구들을 만날 때 흔히 하는 그런 의미없는 대화들을 뜻한다.

이 호수를 한 바퀴 도는 건 얼마나 걸리는지, 숙소 주인은 과연 진짜 주인일까 에어비앤비 관리인일까 라던지. 몽골 명절에는 가족들이 모일 수 있을까? 라던지. 이런 대화들이 오가며 시간은 흘러갔다.


방에 돌아가기 전 호숫물에 발이나 담궈보자며 호기롭게 호숫가에 가까이 다가갔는데, 발을 담그자 마자 여기서 수영을 할 생각을 한 내가 멍청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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