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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스띠모 Sep 18. 2023

몽골 | 지평선

초원에 누워서 첫키스를 할 거야, 3 weeks in Mongolia

초원에 누워서 첫키스를 할 거야, 3 weeks in Mongolia



한국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거대한 광야가 펼쳐진다. 평균 일몰 시간은 오후 10시. 한국은 깜깜해야 할 시각인데 몽골은 해가 지지 않았다. 지평선 뒤로 넘어갈 듯 말 듯 간을 재던 해가 기울면, 하늘엔 소금같은 별이 하나 둘 뜨기 시작했다. 노을이 지기 전, 저 멀리 또 다른 게르가 보였다.






어림잡아 걸어서 10분이면 저 게르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걷기 시작했지만 기어코 가까워지지 않았고, 해는 지평선에 걸려있었다. 결국 우리는 게르로 돌아와 밤하늘을 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쏟아지는 별을 태어나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내가 예상했던 몽골의 밤하늘은 쏟아지는 별과 선명한 은하수가 전부였는데,

으음? 예상과 많이 다른 밤하늘이었다. 지아씨의 첫 마디는 '양평이랑 다를 게 없다'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별은 더 선명해지고, 구름 또한 걷히고 있었다. 우리는 카메라를 들고 게르 밖으로 나와 별 사진을 찍었다. 별 사진을 찍자마자 이게 보정의 효과인지 알고 싶어 바로 캡쳐원을 켜서 보정을 했다. 역시가 역시. 보정을 하자 원본에 나타나지 않았던 별사탕들이 눈에 들어왔다.


쏟아지진 않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땅 한 가운데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사실 몽골에서 3주를 지내는 동안 지평선을 수도 없이 많이 봤다. 일상이 산과 지평선이었다.

 차에서 내리면 끝없는 황무지가 보였다.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을 보면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과거 몽골이 아시아 전역을 지배했을 때 징기스칸이 이 거대한 땅을 손에 쥐었느냐에 대한 진실이었다. 혹시 그 당시에 징기스칸의 손바닥에 놓여져 있지 않은 곳이 있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 먼 과거에 이 땅을 온전히 지배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끝없는 지평선과 끝없이 이어지는 생각. 아, 몽골에서 내가 조금이나마 덜 피곤했다면 내가 그 때 느꼈던 감정을 일기장에 끝없이 적었을 텐데, 지평선에 무뎌졌던 내 자신이 후회스럽다.


3일 정도가 지나자 모두들 무뎌졌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였나, 3주 동안 내게 익숙해지지 않은 건 푸르공 역방향 자리 정도. 매일 지평선을 보게 되니 처음과 달리 사진도 찍지 않게 되었고, 푸르공에서는 서로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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