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全身)이 아니라 정신(精神)의 균형을 찾아서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너 잘하는 게 뭐니?"하고 물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럼 자신 있게 "나, 플랭크요!!"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운동을 좋아하는, 아니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내 기준) 남편이 내 앞에서 자랑하듯 플랭크 자세를 선보였다. 연애 시절에는 가만히 서 있는 남의 자전거를 가볍게 훌쩍 뛰어넘는 점프력으로 나를 설레게 하던 사람이 어구구....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30초도 넘기지 못한 채 배를 바닥에 깔고 죽는소리를 하는 게 아닌가(자전거 주인님 죄송합니다).
뭐야... 그렇게 어려워?
남편은 벌게진 얼굴로 어렵지만 몸에 좋은 운동이라며 해 보라고 성화다.
싫다.... 운동은 딱 질색이다.
내가 운동을 싫어하는 이유는 달리기 때문이다.
난 달리기를 하면 항상 꼴찌였다. 정말 열심히 뛰는데 왜 난 항상 꼴찌인지 앞서 달려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끄럽고 억울하기만 했다.
아! 생각난다. 딱 한 번 2등을 한 적이 있다. 7-8명씩 한 조가 되어 촘촘히 "땅!"소리에 맞춰 출발을 하던 운동회 달리기 경주에서 우리 뒷 조의 친구가 꼴찌인 날 앞질러 1등, 앞 조의 꼴찌인 내가 2등이 된 적이 있었다. 손등에 2라는 도장을 받고 복잡한 기분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 정도로 내 운동신경은 참 가엾다.
조심스레 플랭크의 자세를 따라 해 본다. 어라? 별로 안 힘든데?
내가 숨을 고르며 1분 훌쩍 넘게 플랭크를 하고 있는 옆에서, 남편은 신기한 마음과 승부욕에 불타 엉덩이를 들었네 다리를 구부렸네 어쨌네 하면서 어떻게든 내 플랭크의 정당성을 부정하려 한다. 남편 맞습니까?
이 날 이후로 난 자기 전에 혼자서 플랭크를 3세트 3분을 목표로 매일 하고 있다.
방학 동안에는 동면하는 곰처럼 칩거하며 거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체중은 급상승하고 있지만 플랭크 덕분인지 걸을 때 내 자세와 움직임이 조금 개선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플랭크로 인한 갑작스러운 자신감은 나의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조금 의문을 갖게 했다.
내가 운동을 싫어하는 이유는 운동에 자신이 없기 때문인데, 운동에 자신이 없는 이유는 달리기가 느리다는 것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달리기가 요구되지 않는 수영이나 스쿼시 같은 운동은 잘하지는 못해도 열등감을 느끼진 않는다. 그런데 왜 나는 이제껏 "운동"하면, 먼저 "싫다""자신 없다"로 연결시켜 살았을까.
운동 전체=달리기가 아니지 않은가!
생각은 흘러 흘러 인간관계로까지 뻗어 나간다. 난 주변에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물론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사람이 싫어질 것 같으면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은, 그 사람의 어떤 한 면이 거북하고 불편해서 일 수도 있는데 난 너무 성급하게 "싫은"사람으로 단정 짓고 낙인을 찍고 살아온 건 아닐까. 마치 운동에 있어서 달리기처럼......
갑자기 다른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생각하고 대한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네가 날 다 알아!!!! 하고 따질 것도 같다.
그런데, 또 따지려고 보니, 과연 나 스스로도 나에 대해서 다 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다 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겠지만, 나도 나의 어떤 한 단면만을 가지고 나 자신에 대해 부정적이고 불안한 평가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플랭크의 효과는 전신 균형 감각 향상이라고 하던데, 내 경우 전신(全身)은 모르겠고 정신(精神)의 균형 감각은 확실히 향상된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