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움직이는 노래는?

내 노래에는 항상 외로움이 있었다

by 혜준

오늘처럼 마음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무심코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그 흥얼거리던 곱고 조용한 가사 뒤에 숨겨두었던 저의 지난 시간들을 꺼내 보고 싶은 날입니다.



잘 자라 우리 아가 내가 엄마 되어 아이를 재우면서 늘 부르던 노래

앞뜰과 뒷동산에 자자고 하면 군말 없이 이불속으로 들어가 주던 아이들

새들도 아가양도 이 노래를 부르면 다음 날 아침까지 푹 자 주던 아이들

다들 자는데 돌이 갓 지났을 때부터 아침 여덟 시에 헤어져 오후 다섯 시에 만날 때까지

달님은 영창으로 난 무엇을 위해 그리 허둥지둥 바쁜 척하며 살았을까

금구슬 은구슬을 아이들을 서둘러 재워 놓고 몰래 빠져나와 그 많은 밤 나는 무엇을 했을까

보내는 이 한밤 혼자 있는 시간을 왜 그렇게 갖고 싶어 했을까

잘 자라 우리 아가 지금 생각하면 눈앞의 이 작은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잘 자거라 보이지도 않는 미래의 너희를 쫓아 따뜻한 사랑보다는

(모차르트 자장가) 바르게만 바르게만 키우려 했던 것 같다




엄마가 섬그늘에 아이들 낮잠 재울 때 자주 불러 주었던 노래

굴 따러 가면 아이들 자고 나면 나 혼자 나에게 불러 주던 노래

아기가 혼자 남아 타국에서 아는 이 하나 없이 아이 키우던 날들

집을 보다가 힘들겠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없어도 그러려니 하면서도

바다가 불러 주는 주체할 수 없는 설움이 북받칠 때

자장노래에 작게 이 노래를 부르면 끊임없이 흐르던 눈물

팔 베고 스르르 혼자 남은 아기가 우리 아이들인 것도 같고 나인 것도 같고

잠이 듭니다 이 짧은 노래 몇 번이면 설움도 외로움도

(섬집 아기) 스르르 잠들었다




깊은 산속 옹달샘 부모님 걱정시키며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며 떠났던 시간

누가 와서 먹나요 마지막 문턱 앞에서 타협했던 나

깊은 산속 옹달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 토끼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누가 와서 먹나요 물이라도 먹었으니 다행이라고, 아니 세수보다 물이 더 중요했다고

새벽에 토끼가 스스로를 속이며 위로하고 있진 않았을까. 나처럼

눈 비비고 일어나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세수하러 왔다가 그리고 선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하며

물만 먹고 가지요 기를 쓰고 악착같이 살아왔고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옹달샘) 미래에는 결국 타협도 선택도 내 인생이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 이게 맞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혼자 자문하면서 지낸 시간들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긴 시간 내 맘을 열, 자기 맘을 열어 주는 이도 없이 지내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다림은 불안과 외로움을 넘어 분노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기러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흐린 날이나 바람이 부는 날에 바깥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늘 떠오르는 노래, 그리고 항상 부르게 되는 노래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이제 기다릴 사람도 기다려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거나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누군가에게 기대와 희망을 갖고 싶지 않다고 느낄 때

(오빠 생각) 체념은 다시 나를 내 안으로 되돌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