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나가세요"의 다른 말

난 몰랐네, 그 말인 줄…

by 혜준

아주머니들에 대한 폄하가 될까 상당히 조심스럽지만

나도 일개 아주머니이기에 용기를 내어 고백한다.

아주머니들은 모이면 참 말도 많고 기이~일다.

그건 세계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일까?

적어도 일본 아주머니들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수다를 즐긴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확실히 말이 많다.



만나는 장소의 전제 조건은 일단, 충실한 드링크바*이다.

각양각색의 티백과 커피 머신이 무한 힐링을 제공하는

그곳은 우리들의 오아시스.

그날도

우리는 누가누가 더 바보인가 경쟁하듯 아들들을 고자질했고

우리는 서로서로 내 아들만이 바보가 아님에 안심하며

맛있는 점심과 커피를 즐겼다.



내 아들의 사물함이 학교 친구들의 신나는 구경거리라는

소식에 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려 할 때,

점원분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친절하고 정중하게

오랜 시간 놓여 얼음이 녹아 미지근해진 물을 치우고

얼음이 동동 뜬 깨끗한 새 유리잔을 세팅해 준다.

"ごゆっくりどうぞ(천천히 즐기시죠)"

정중한 배려를 받아 싱글벙글한 나와는 달리

아주머니들은 표정이 굳어지면서 살짝 시계를 본다.

'왜? 왜? 왜? 천천히 즐기라잖아!'



일부러 가져다주는 얼음 띄운 물 서비스는

슬슬 자리를 비워달라는 다른 표현이라는 말에

20년 30년을 살아도 역시 이럴 땐 난 여전히 이방인.

모든 가게가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

더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まだ大丈夫だよ(아직 괜찮아)"

주섬주섬 가방과 옷을 챙기는 나를 아주머니들이 비웃는다.

'왜? 왜? 왜? 가라잖아!'

물대접을 받고도 30분 넘게 남은 수다를 떨고서야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키는 아주머니들.



난 30분 동안 줄곧 점원아저씨의 뒷모습만 힐끗거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밀당의 긴장.

이럴 땐

무표정한 얼굴과 터프한 손놀림으로

테이블의 그릇을 팍팍 정리해 주시는 서비스가

알기도 쉽고

그립기조차 하다.




*드링크바(Drink Bar): 주로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 노래방 등에서 일정 금액을 내고 다양한 음료(커피, 탄산음료, 주스, 차 등)를 셀프 서비스로 무제한 마실 수 있는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