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외치는 엄마의 おめでとう [omedetou]!

같은 날, 다른 자리에서

by 혜준

나쁜 예감은 항상 맞는다는 유행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이오공감의 노래 가사였던가.

맞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라던 가사.

아들 입학식이 내 수업 첫날과 겹쳐 버렸다.

이제까지는 아슬아슬 타이밍 좋게 참석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딱 걸려버렸다.

휴강을 하고 나중에 보강을 할까...

하다가도 첫 수업인데 휴강을 하게 되면 학생들도 김이 샐 것 같고 다른 수업에도 영향이 갈까 조심스럽다. (오히려 학생들은 좋아하려나?)

아마도 내가 개인적인 일을 공적인 일보다 우선시키는 게 불편한 세대인 탓이리라.

우리 세대는 부모님들이 직장 때문에 학교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성장했으니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면 몰라도 고등학생 입학식이면 혼자서도 괜찮지 않을까.

아들에게 혼자 괜찮겠어?

하니까, 담담하게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졸업식과는 달리 입학식에는 고등학교부터 새로 입학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인원수도 몇 배나 더 많아지고 참석하는 학부모들 수도 많을 텐데 아들 말만 믿고 덜렁 혼자 보냈다가 나중에 다른 친구들이 다 부모님이랑 사진도 찍고 점심도 먹고 할 때 혹시 혼자 쓸쓸히 돌아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집에 와도 점심 챙겨주는 사람마저 없으면 더 섭섭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럴 때 역시 난 내가 이방인임을 느낀다.

한국에서처럼 판단하다가 혹시 실수나 실패를 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과 걱정이 앞설 때,

외국인인 우리만이 무안한 상황에 처해지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쉽게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이럴 땐 내가 역시 이국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사실 내키진 않았지만 친구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일본에서도 고등학생 입학식에는 아이들보다는 부모가 참석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많으니 아들이 혼자 쓸쓸해할 일은 없을 거라고 위로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외국에 살면 그런 게 신경 쓰일 수 있겠다고, 그래도 우리는 널 외국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이스키(大好き [daisuki] 좋아해)라고 한 마디 덧붙여 준다.

외국인으로 생각해도 되는데...

그녀의 따뜻한 말이 왠지 더 거리감 있게 들리는 건 아마도 내 마음이 배배 꼬여 있기(へそ曲まがり [hesomagari] 심술쟁이, 꼬인 사람)때문이리라.


韓流([kanryu] 한류) 이전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일본에서의 위치를 경험해서일까.

지금의 인기가 가끔씩 허무하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이것도 아마 내가 へそ曲がり인 탓일지도 모르겠다.

GDP가 얼마이고,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고, 노벨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의 시선이 광화문에 쏟아진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고 자랑스러운 건 확실하다.

하지만 이런 것으로 평가되는 이 세상이 가끔은 쓸쓸하기도(寂(さび) しい [sabisii])하다.

편견, 선입견, 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꾸기에는 내가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앞으로 난 누군가와 인연을 만들어 갈 때 적어도 내가 가지고 있을 편견과 선입견, 차별에 대해 알아차리고 솔직해지고 싶다.


새로 입학할 친구들 중에 우리 아들과 같이 한국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을까.

친구들이 짓궂은 장난으로 "帰れ([kaere] 네 나라에 돌아가)"라고 할 때, 같이 웃음 띤 펀치 한 방을

날려줄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집에 와서 조금 작아져 있는 아들을 안 보게 될까.

아니면, 국적이나 민족 같은 허상은 "엿이나 먹으라(くそくらえ!([kusokurae])"고 생각하는 엉뚱한 친구가 한 명쯤 있어 주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다음 달 8일, 아들 입학식에 가는 대신,

ピカピカ([pikapika] 반짝반짝) 대학 신입생들의 첫 수업에 들어가

"皆さん [minasan], ご入学 [gonyuugaku] 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omedetougozaimasu]! “

(여러분, 입학 축하합니다!)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엄마 없이 강당에 오도카니 앉아 있을,

하지만 뒷모습은 당당할 우리 아들의 귓전까지 들리도록 크게 한 번 외쳐 봐야겠다.






⋆へそまがり[hesomagari]:심술쟁이, 꼬인 사람이라는 뜻으로, 헤소(綜麻:へそ)는 베틀로 옷감을 짜던 시대에 삼베 실을 실패에 둘둘 감아 놓은 뭉치를 말해요. 이 실뭉치에서 실이 일직선으로 곧게 풀려나와야 하는데, 이것이 구부러져(まがり) 있거나 꼬여 있으면 실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됩니다. 여기서 유래해 성격이 곧지 못하고 비뚤어진 사람을 가리킵니다. 또는 배꼽(へそ)이 굽었다는 뜻도 되는데, 몸의 중심인 배꼽이 정중앙에 있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굽어 있다는 것은 마음의 중심이 비뚤어져 있다는 비유로 연결되어 있어요.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남의 의견에 순순히 따르지 않고 일부러 반대로 행동한다거나 칭찬을 들어도 삐딱하게 받아지거나 상대방이 기뻐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거나 청개구리 심보가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