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모순』, 쓰다. (1998)
양귀자 작가의 장편소설인 『모순』은 1998년 초판 이후로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단순히 일상을 담은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의 방향점을 짚어주고 독자가 성찰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특히 이러한 메시지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학생들의 고민에 대하여 진정으로 답해주는 작품이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어렸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우호적이기도 하지만 관계 속에서 고통을 경험하기도 한다. 타인의 삶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라고 모두가 말하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우리가 취하게 될 행동은 ‘모순’적인 태도이고 그렇기에 인생에 있어서 모순은 나쁜 요소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주인공인 안진진은 현재 25살이고, 결혼 상대를 찾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같이 있을 때 큰 재미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인간상인 나영규와 본능을 자극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김장우 사이에서 고민한다. 안진진이 좋아하고 부러워하는 이모는 나영규와 비슷한 성격의 이모부를 만나서 살아왔다. 이모는 겉으로 봤을 때는 잔잔한 삶을 보냈지만, 그 삶이 매우 지루했기 때문에 결국은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안진진은 이 결말을 봤음에도 자신의 감정보다는 사회적 안정감을 선택하여 나영규와 결혼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나영규와 김장우는 사회를 살아갈 때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마음속의 갈등 요소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나영규는 공적 기준의 잣대를 말하고, 김장우는 자신의 본심을 의미한다. 우리는 보통 현실적인 선택을 외면하고 이상향을 선택했을 때 부담해야 할 것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본심을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안진진이 결혼 상대로 나영규를 선택한 것으로 결말을 내린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한국 사회에는 눈치 문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보다 물질적 성공을 지향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면서 자기 내면을 잃어가거나 삶의 의욕까지 잃어가는 경우가 생긴다. 획일화된 삶을 사는 것은 매우 불행한 삶일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한국의 눈치 문화는 현대사회에서 점차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MZ 문화가 대두되면서부터 현대에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기 정체성을 중요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으로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N잡러와 같이 여러가지의 일들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자신의 본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여러 가지의 일을 한다. N잡러는 사회적 시선을 의식한다면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는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거나, 이기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N잡러들이 점점 증가하는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까지 자신의 인생이 펼쳐지는 길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p.296)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유명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원인을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구절은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두 가지의 가치인 살아가는 것과 탐구하는 것을 대조적으로 바라본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목적이 ‘탐구’가 되면 타인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고, 비교가 기본값이 된다. 반면에 ‘살아가는 것’이 목적이 된다면 살아가는 행위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이므로 나에게 집중하여 살아갈 수 있다. 즉, 인생의 마인드맵을 그릴 때 가운데에는 ‘나’라는 큰 원이 존재하고 타인은 부가적 요소여야 한다는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오로지 ‘나’인데 사회적 분위기를 크게 의식하면서까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삶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인 안진진의 삶이 안타깝다고 할 수는 없다. 그녀는 이모와는 다르게 결혼 선택을 고민하는 과정에 있어서 스스로에 대해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안진진의 선택을 통해 사회적 현상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선택이 겉으로는 모순처럼 보일지라도 인생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논리적인 선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을 때 모순적인 선택이 논리적인 선택이 되고 후회가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눈치 문화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사회 현상이다. 그러므로 사회를 살아가면서 합리화하는 자신이 실망스럽고,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 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음에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 또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최고의 선택일 것이기에 나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