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체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와 기대 속에 지쳐 오히려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색은 자신을 성찰할 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도 돌아보게 하고, 우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음을 깨닫게 한다. 이로써 우리는 삶에서의 공존과 협력의 길을 모색하게 되고, 타인을 이해하며 넓은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고자 7702 버스를 타고 청운동의 높은 오르막길을 오른다.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자, 윤동주 문학관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수도가압장을 개조하여 만든 이곳은 소박하지만 온통 순백으로 이루어져 있는 외관이 인상적이다. 맞은편의 담벼락에는 푸릇푸릇한 잎들이 가득했고 그 너머에는 빨간 지붕의 집들과 서울의 경관이 펼쳐졌다. 도심과 자연의 독특하지만 조화로운 모습을 바라보며 청운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나무 사이로 햇살이 잔잔히 흘러내리는 길에는 사색에 잠겨 걷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풀 내음 가득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도서관으로 가는 돌담길을 마주하게 된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 길 끝에는 울창한 숲속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이 우리를 반긴다.
숲속의 고즈넉한 한옥 도서관, 청운문학도서관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에 자리하는 청운문학도서관은 그 외관이 한옥으로 이루어져 있어 특별한 분위기를 풍긴다. 도심지에서 벗어나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올라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이곳은 나에 대해 알아가는, 깊은 사색에 잠기기에 충분한 공간이 된다.
1층 한옥 열람실에 들어서자, 낮은 조도의 조용한 공간이 펼쳐졌다.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은 창작실과 세미나실의 좌식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편, 인왕산이나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거나, 잠깐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등산복 차림의 중년 부부는 마루에 앉아 조용히 담소를 나눴고, 젊은 연인은 도서관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자칫하면 공간의 집중이 흐트러질 수 있지만, 이곳은 독서하기에 꽤나 괜찮은 공간이다. 한옥의 정취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모래 밟는 소리는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어주었고, 덕분에 서서히 글에 집중할 수 있었다. 책과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번갈아 보며, 마침내 밀도 있는 사색의 시간에 접어들었다.
한옥 열람실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정자에 앉았을 때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정자의 커다란 창 너머로 폭포를 바라볼 수 있었다. 돌에 부딪히며 힘차게 쏟아지는 물줄기와 경쾌하게 나는 물소리는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우고 있던 생각들을 하나씩 밀어냈다. 앉은 자리에 따라 달리 보이는 풍경도 인상적인데, 폭포 옆에 굳건히 서 있는 작은 소나무는 고요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한 공간에서 다양한 분위기를 느끼며 사색의 시간을 이어갔다.
청운문학도서관의 지하 1층은 크게 지하 열람실, 다목적실, 어린이 열람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가장 넓은 지하 열람실에서는 다양한 문학 서적은 물론 서울 문화재나 역사 전문 도서 같은 학술 자료까지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매달 새로운 책 큐레이션이 진행되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5~6월에는 동물권과 노동 관련 도서를 전시하고 있었다.
한편, 도서관 구석구석에 작업하기 좋은 책상부터 오래 앉아도 편안한 의자까지 다양한 형태의 좌석이 많아 책을 읽거나 머무르기 좋았다. 특히 한옥이 보이는 테라스 공간이나 대나무가 가득한 야외 열람석은 이곳만의 특별한 야외 공간이다. 실내에서 오랫동안 책을 읽고 있다가 답답해질 때쯤, 테라스 공간에 나가 바람을 쐴 수 있어 더 쾌적하게 독서에 몰입할 수 있었다. 자연을 만끽하며 사색하고 책을 읽는 경험 자체가 청운문학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다목적실은 지하 열람실 내부에 위치해 있다. 평소에는 조용히 독서나 공부를 하는 곳이지만, 가끔 이곳에서 강연이나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한다. 어린이 열람실은 지하 열람실 바로 건너편에 있으며, 아이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이런 다양한 공간과 매력 덕분인지,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크지는 않지만, 잠시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싶을 때,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을 때, 혹은 그저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를 느끼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와도 좋을 곳이다.
산책을 통한 사색을 원한다면, 인왕산자락길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나를 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면 이번엔 숲길을 따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를 권하고 싶다. 도서관에서 나와 이어지는 인왕산자락길을 따라 걸으면 햇빛을 잔뜩 머금은 나무와 꽃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식물들 사이에서 흙과 나무로 된 길을 밟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을이 한결 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다만 여름에는 햇볕이 뜨거울 수 있으니 모자와 생수 한 병을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탁 트인 전망을 가지고 있는 북카페, 더숲 초소책방
주위의 자연을 느끼며 15분쯤 걷다 보면 외관이 전부 통창으로 되어 있는 카페가 하나 등장한다. 이 카페는 ‘더숲 초소책방’으로 과거에 경찰초소로 쓰이던 공간이 탈바꿈한 데에서 이 이름이 유래되었다. 도서관에서 조금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이 카페는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으니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면 이곳에서 독서를 이어 나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공간은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는데, 북카페인 만큼 1층에는 판매 중인 다양한 책들이 전시되어 있고 베이커리와 음료 또한 이용할 수 있다. 2층에는 다양한 자리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중 테라스에서 볼 수 있는 남산 타워와 서촌의 전경은 사람들이 왜 이곳을 찾는지 단박에 알게 해준다. 특히 일출과 일몰시간에는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북적임 너머, 나를 만나는 시간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간다. 북적이는 사회 속에서 계속 지내다 보면 지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도시의 트렌디한 공간에서 행복을 찾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바쁨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마음의 편안함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도심 속, 보기 드문 한옥 도서관을 시작으로 도시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카페까지의 여정은 당신에게 온전한 휴식 시간을 안겨줄 것이다. 가끔은 치열한 사회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해 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