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진정한 공존을 위해서

토마스 카일리, <애니멀 킹덤>, 2025

by yun

독서와 산책을 통해 나를 알아보는 시간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우리를 더욱 단단한 존재로 만들어 준다. 그렇지만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기에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문화와 성장배경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공존을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이어지는 영화 리뷰 <진정한 공존을 위해서>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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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 동물로 태어날 수 있다면 어떤 동물이 되고 싶은가? 하루에 20시간을 자는 코알라? 동물의 왕인 사자?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형태가 반만 동물이고 나머지 반은 인간인 수인이라면? 이 질문이 마냥 흥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두려울 것이다.


영화 <애니멀 킹덤>은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동물로 변해가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이 세상에서 동물화가 일어나는 수인들은 보호소로 격리되고 사람들에게 괴물이라고 불리며 적대를 받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사춘기 소년인 ‘에밀’의 엄마 또한 동물화로 인해 보호소에 격리되었다. 이제는 말도 할 수 없게 된 자신의 엄마를 에밀은 엄마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엄마의 존재를 외면하고 부인하며 수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에 반해 에밀의 아빠 ‘프랑수아’는 자신의 아내를 포기하지 않으며 그녀가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일상에서 수인을 마주쳐도 적대시하지 않으며 교감을 시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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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에밀에게 큰 변화가 일어난다. 동물화가 시작된 것이다. 에밀은 자신의 몸에 나타나는 동물화의 징조를 부정하며 손톱 밑에 자라난 새의 발톱을 생으로 뽑아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진행되는 동물화는 숨길 수가 없고, 맨날 타고 등교하던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것도 힘들어지는 지경이 된다. 이 과정에서 에밀은 중요한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의 이름은 ‘픽스’이다. 그는 에밀보다 먼저 새의 발현이 시작된 수인인데 보호소 시절 성형교정과 같은 고문과 다름없는 처우를 받고 탈출했다. 따라서 그는 사람들에게 큰 적대심을 품고 있다. 에밀은 인간과 새라는 두 개의 정체성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픽스를 도와주고 둘 사이엔 깊은 유대감이 생기게 된다. 에밀은 픽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비행을 연습할 공간을 마련해준다. 마침내 새로서 멋진 비행에 성공한 픽스의 모습은 에밀에게 큰 생각의 전환점이 된다. 저주라고만 생각했던 자신의 변이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 것이다. 또 영화의 후반, 조난되었던 숲에서 엄마를 만나고 교감에 성공하며 수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한다.


1bgEtHLBpwnSC159T-9XAg.jpg 출처 | Nord-Quest Films

이 영화에서 동물로 변해버린 사람들 그리고 변이의 과정에 있는 수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사회적 소수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와 많이 닮아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다문화사회이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많은 이주민들이 국내로 유입되었고 한국 사회는 계속해서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름’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보통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등으로 사회적 소수자에 속했다. 현재로 오면서 다문화가정의 일상화, 국가 및 개인적 차원의 노력 등으로 인해 이들에 대한 인식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인종과 국적의 차이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소수자에 해당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 성 소수자, 미혼모와 같은 대표적인 소수자부터 최근에는 비만, 채식주의자, 왼손잡이까지 다양한 요인들로 사람들은 소수자가 된다. 그리고 동시에 이들은 사회에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사회에는 점점 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다문화의 정도도 깊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우리의 진정한 공존을 위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영화 속 에밀을 대하는 프랑수아의 태도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욕심으로 아들을 지키고 곁에 두려고 했지만 결국엔 아들의 변이를 인정하고 자연으로 보내주는 프랑수아의 모습에서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 실제로 이 영화의 감독 토마스 카일리는 이 영화에 대해 ‘차이와 다름에 관한 우화’라고 표현했다. 또 그는 관객들이 ‘동물화’라는 함의를 품고 있는 소재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감상을 내놓는 것이 기쁘다고 말한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동물화에 대해 소수자 차별, 코로나19, 청소년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대입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을 통해 거론되는 다양한 문제들은 우리 사회에 이미 차별과 관련한 많은 문제가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이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공존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우리는 진정한 공존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자신의 기준으로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존중하는 것이 그 해답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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