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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혁명의 허상 <터번에서 부츠로>

by 풍천거사


지난 1979년 이란 혁명 당시 구호는 '왕관에서 터번으로'였다. 혁영당시 팔레비 왕조만 내쫓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왕관에서 터번으로 권력자만 바뀌었다.


초강경 시아파 지도자 호메이니는 팔레비 못지않은 독재권력을 휘둘렀다. 반대파 숙청은 독재자의 기초과정이다. 헤아릴 수 없는 반대파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국제적 고립이 일상이 된 이란에 군부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부츠, 즉 혁명수비대가 혁명을 빙자해 돈벌이에 심취했다. 이게 이란 혁명의 현주소다.


우리도 부츠 같은 군화가 물러나자 등산화가 득세한 적이 있었다. 그후에는 운동화가 판을 치더니, 이제는 법봉이 최고 권력이 됐다. 여야 지도자가 모두 피고인인데 둘 다 법봉의 그늘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영화 <자산어보>의 대사에 인용된 '외위기만한 공부가 나라를 망쳤다'가 연상되는 순간이다.


이란은 이슬람 경전을 외우기만 했기에, 한국은 법전을 외우기만 했기에 듣보잡 세력들이 득세하는 모양이다.


가끔 법전 대신 소월의 시를, 꿰맞추기 판례 대신 김유정의 봄봄을 외우지 않고 음미해 보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민초는 심히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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