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믿는가?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아직 믿던 중학생 시절의 나는 타임 패러독스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평행우주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해결책이 이미 있고 내가 생각한 방식도 결국 다중우주나 평행우주와 비슷한 결이 있지만 그래도 작은 차이가 있기에 글을 써본다.
시간 여행에 관한 타임 패러독스는 ‘과거를 수정해 현재가 불가능하게 만들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럼 과거를 어떻게 수정하는가에 따라서 타임 패러독스의 이름이 바뀐다. 과거에 나를 만난다든가, 자신의 선조를 죽인다든가, 이야기가 무한한 루프로 빠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다른 타임 패러독스가 있겠지만 지금 이 글에선 이 세 가지만 생각해 보겠다.
과거의 나를 만나는 순간을 생각해 보겠다. 과거의 나에게 찾아가 ‘타임머신을 쓰지 마’라는 명령을 내렸고 내가 그것을 이행했다면 과거의 나에게 명령한 이가 없어지고 미래의 나는 다시 타임머신을 타야만 하지 않느냐는 점이다. 내가 이 타임 패러독스에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본 과거의 내가 나인가 하는 질문이다. 당신이지만 당신과 다른 것을 본 존재는 당신이 아니다. 그건 나와 놀랄 정도로 흡사하게 생기고 같은 과거를 지닌 타인이다. 결국 내가 타임머신을 탄 사람이라면 과거에 있는 타인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된다. 그럼 그 당신과 같은 과거를 지니고 놀랍게 닮은 타인에게 전언을 하고 떠나는 타인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다. 당신이 볼 수 있는 건 타인의 얼굴뿐이다. 이런 관점을 평행우주로 설명하면 ‘다른 우주의 당신은 당신이 아니고 타인이다’ 정도로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다음은 할아버지의 역설이다. 과거로 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인다면 아버지가 없고 그 의미는 나도 없다는 결과로 귀결된다. 간단하게 아버지를 죽이는 것으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그럼 과거로 간 당신은 있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이니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걸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과거로 갔다고 내가 인지하는 시간의 흐름이 역행하는 것은 아니다. 즉 나라는 사람의 시간은 여전히 순행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10분짜리 유튜브를 볼 때 6분에서 5분으로 돌아가도 당신은 여전히 한 방향으로 진행 중이란 것이다. 사실 11분짜리 영상이고 6분 1초에 5분부터 6분까지의 같은 내용이 다시 나오는 영상이어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과거로 가서 어린 시절의 당신의 방에서 깨어난다 해도 당신은 어린 몸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이고 누군가가 소름 끼칠 정도로 흡사하게 만든 방이라 해도 당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당신의 인지는 시간 여행을 했다고 믿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이 인지하는 순간은 무조건 순행이다. 과거의 한 시점의 재현이 있더라도 그것은 당신이 타임머신을 쓴 후의 미래이고 타임머신을 쓴 뒤의 현재이며 시간 여행을 끝낸 뒤의 과거가 된다. 처음의 나와의 만남도 결국 나와 놀랍도록 같은 타인을 만나는 미래의 경험으로도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은 이야기가 무한한 루프로 빠지는 경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리처드 파인만의 경로 적분을 이용하려 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물리학자이다. 당연히 경로 적분도 물리학적인 어려운 이야기다. 그래서 간단하게 이야기하겠다. 경로 적분은 빛이 이동 가능한 모든 경로로 이동하고 모든 경로가 겹치면서 서로 보강, 상쇄해서 하나의 경로만 남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남은 하나의 길이 빛이 이동하는 길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것으로 무한히 순환하는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셰익스피어에게 고전을 준 사람이 어떻게 그의 명작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아마도 무수히 많은 경로로 입수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많은 경로로 셰익스피어에게 그것을 전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경로는 하나로 취합되고 서로 보강, 상쇄하며 단 하나의 시간으로 만들어진다. 이런 관점은 전적으로 과학이 좋아하는 시점과 동일하다. 앞서 말했던 개인의 주관적인 시점이 아닌 객관적인 제삼자의 시점이다. 이런 경로 적분을 통한 설명도 하나하나의 시간의 관점이라면 하나의 순행하는 시간을 소유하고 있을 것이다.
세 가지 경우의 타임 패러독스를 말해 보았다. 모든 패러독스를 다룬 것은 물론 아니다. 그리고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비록 마지막에 물리학적인 무언가를 표방했지만 내가 추구하는 방식에서의 타임 패러독스의 타파는 전적으로 개인의 관점과 개인의 경험에 의거한다. 개인의 관측이라는 한계가 극명하다. 그래도 당신이 인지하는 시간은 여지없이 순행한다. 과거를 바꿨다 해도 당신의 역사는 변화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