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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철 Francis Nov 07. 2022

꿈 이야기

우연일까? 미신일까? 아님 예지몽일까?

황량한 들판에 홀로 서 있다. 을씨년스럽다. 웬일이지 사방으로 탁 트인 지평선 너머로 아무런 인기척이 보이지 않는다. 춥다. 바람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외로움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뭐라도 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있는 것이라고 내 발 앞에 볏짚 한 무더기뿐. 주머니를 뒤져보니 생각지도 않은 라이터가 손에 잡힌다. 담배 끊은 지 20년이 넘었는데... 별일이다. 그렇지만 이거라도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쪼그리고 앉아 추위를 면할 생각에 발아래 볏짚에 라이터를 들이댄다.


그러나 좀처럼 볏짚에 불이 붙지 않는다. 손으로 더듬어 보니 볏짚 안이 물에 젖어 있기 때문이었다. 황당했다.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마른 지푸라기 몇 가닥이라도 챙겨보려고 수고를 보탰으나 젖은 것 들뿐이다. 입에서 절로 끙하는 신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그때 배고픔도 슬쩍 다가와 앉는다.


젖은 볏짚보단 덜 젖은, 그렇다고 마른땅이라고 할 수 없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난감해한다. 여기가 어딘지 사방을 둘러보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황토색뿐이다. 들리는 것은 바람소리뿐이다.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자리할 공간이 없다.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졸음이 밀려온다. 여기서 잠들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머리를 흔들어 보지만 그건 생각뿐이다. 몸이 가라앉고 있다. 땅 속이 마치 따뜻한 이불 속이라도 되는 양,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그때 알 수 방향에서 뭔가가 내게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반쯤 감긴 눈을 겨우 힘겹게 뜬다. 그 순간 내가 피할 사이도 없이, 서너 마리의 멧돼지가 나를 덮친다. 그리고 그중 한 마리가 내 오른팔을 문다. 내가 비명을 지른다. 그 소리에  깼다.


꿈이었다.


침대에서 방금 꾼 꿈이 현실이 아님에 안도하면서도, 일어 나 앉기를 주저한다. 내 방 불이 켜 있었다. 맞다. 퇴근 후 너무 피곤하다는 생각에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잠시만 잠들 생각에, 소등도 안 하고 누웠던 기억을 더듬는다. 머리맡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채 저녁 8시가 되지 않았다. 30분도 잠들지 못했던 거다.


(멧돼지... 이것도 돼지꿈인가? 복권이라도 사야 하나?) 씁쓸해하다 말고 문득 이렇게 꿈이 생생한 건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꿈을 꾸고 일어나도, 뭔 꿈을 꾸었는지 한참 뒤척여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일어나 차 한 잔 마시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 가, 방금 꾼 ‘꿈을 복기하고 해몽’을 시작했다. 아직 초저녁이다. 다시 잠들 때까지 특별히 할 일도 없었기에 핸드폰을 통해  ‘꿈 해몽’ 사이트로 다가갔다. 그리고 <들판과 젖은 볏짚과 멧돼지>에 방점을 찍었다.


1. 넓고 황량한 들판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꿈


해몽 ▶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거나 변화가 생긴다고 함)


2. 라이터 불로 볏짚을 태우는 꿈


해몽 ▶ (재수가 대통하고 재물, 돈이 생긴다고 함)


3. 멧돼지에 물리는 꿈


해몽 ▶ (동물에게 물리는 꿈은 좋은 꿈이 아님. 남과의 구설수, 시비 등에 늘 조심하라고 함)


1-1

얼마 전 술 한 잔 마시고 피폐한 맘 상함에, 타지로 이사를 가버릴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일종의 현실 도피였다. 하지만 술 깨고 나니,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곳에서 정리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생각을 접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꿈을 꾸었나?


2-1

꿈속에서 볏짚을 태우지 못했다. 그래서 재수가 대통하거나 재물, 돈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 태웠으면... 그래, 안 생겨도 된다. 잃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할 일이다. 위험한 재테크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라이터일까? 성냥이 아니고?


3-1

복권 생각은 접어야 다. 게다가 멧돼지로부터 물렸으니 조심하자. 꼭 꿈이 아니더라도 남의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시비가 붙어 좋을 일이 없다. 무색무취. 있는 듯 없는 듯. 참을 수 있는 듯 없는 듯, 잊을 수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어떤 힘이 꿈에서 내게 말하는 가 보다.


꿈은 그런저런 일상의 의미 없는 우연일까? 미신일까? 아니면 어떤 힘의 작용일까?


성경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꿈을 통해 말씀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믿었다. 꿈은 구약에서 창세기의 요셉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니엘과 얽힌 수많은 일들과 솔로몬의 이야기에 등장한다. 신약에서는 주의 천사가 마리아와 요셉에게 현몽. 그리고 귀향하는 동방박사들에게도... 심지어 빌라도의 아내는 예수님에 대한 꿈을 꾸기도 한다.


내가 꾼 꿈 중에서 확실한 것은 ‘거지 같은 꿈’이라는 거다.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거지의 3대 조건을 다 갖췄으니. 그러나 혹 누군가가 내게 뭔가를 말하고자 하는지는... 그건 내 짧은 머리로는 모르겠다. 단지 욥기 33장 14절에서 16절 말씀이 생각날 뿐이다.


[하느님께서는 한 번 말씀하시고 또 두 번 말씀하십니다. 다만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뿐.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자리 위에서 잠들었을 때 꿈과 밤의 환상 속에서 그분께서는 사람들의 귀를 여시고 환영으로 그들을 질겁하게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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