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지독히 개인 적인 것들이지만...
by 장영철 Francis May 13. 2022
- 사순절... 성가 489번을 홀로 조용히 불러보라. 3절까지 다 부르고 그분의 고통을 묵상하면 한없이 흐느끼는 자신을 발견하리라.
- 고해성사 후 눈물 젖은 걸음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자매님의 뒷모습을 보고, 나는 언제 고해성사를 보았지?... 이 타성이 날 슬프게 한다.
- 핀지 사흘 만에 바람의 시샘에, 비의 질투에 의해 떨어져 결국은 지나는 행인들의 발에 짓밟힌 목련꽃의 잔해.
-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는 발레리의 시가 온몸으로 느껴질 때. 슬픔은 배가된다.
- 성당 입구 마리아 상에 엉켜 있는 거미줄. 우리들의 무신경에서.
- 실 핀에 살짝 손가락이 찔려 기겁하다가... 손바닥에 대못이 박힌 그분을 생각하면 왜 이다지도 내가 경망스러운지.
- 오후 3시, 청마 유치환은 죽음을 생각했다. 무엇을 하기엔 너무 이르고 무엇을 하기엔 너무 늦은 그 시각이 슬프다.
- 동네 황성 5일장 노점 할머니 앞에 놓인 서글픈 야채들... 다 팔아도 식당에서 소고기 1인분이라도 사 드실 수 있을까?
- 백발의 연애. 사라진 열정, 이별의 두려움...
- 가진 돈 전부. 비록 몇 천 원밖에는 되지 않지만 모두 봉헌하고 굽은 허리로 자리로 돌아가는 어느 어르신의 그 발걸음에서.
- 중년 남자의 깊은 한숨소리.
-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소문이 진실임을 알았을 때. 그러나 그 이유가 돌담길 끝에 이혼을 조정하는 가정법원이 있기 때문. 이건 징크스가 아니라 현실이다.
-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를 아는가.
- 트윈폴리오의 <눈물의 웨딩케이크>을 홀로 듣고 있을 때.
- 헤어진 여인이 아니라 잊힌 여인.
- 불 꺼진 성당... 불 꺼진 사제관...
- 술 한 잔 마시고 해리스 알렉슈의 <기차는 8시에 떠나 네>를 듣고 있노라면.
- 술자리에서의 공허한 이야기... 그리고 빈 술잔.
- 길에서 혹은 전화로 헤어지면서 지인에게 던지는 상투적인 말들. 언제 차 한잔하자. 다음에 술 한 잔 하지. 그리고 돌아서면서 그를 잊어버린 나를 돌아보고.
- 연도. 어린 아들을 잃고 몸부림치는 자매님을 보고... 마리아도 십자가 앞에서 얼마나 기가 막히셨을까.
- 항암치료 중이면서도 소 공동체 모임에 참석해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어떤 자매님 이야기를 전해 듣고.
- 저녁 미사. 성당 옆 기차 건널목 소음... 타지(他地) 사람에겐 낭만이겠지만 우리에게는...
- 울산 정자 항에서 만난 이름만 등대인 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젠 불빛도 없는 소품. 혹, 나도 내 삶에 있어 소품이 아닐까.
- 이방인 뫼르소의 무관심 그리고 죽음.
- 냉담하고 있는 대부님을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 서로 순간순간 대화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을 때. 그 옛날 그 신앙은 그 열정은 어디로 갔나.
- 위암 전이로 마지막 안부를 교우들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난 어느 자매님의 편지를 읽고. 한참이나 멍해 있었다.
- 병마와 싸우고 있는 가족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형제자매님의 소리 없는 아우성.
- 술의 2차는 악마다. 그러나 거절하지 못하고 어울려 가는 비틀거리는 흔들림 속에서.
- 천박한 쾌감, 간접적인 에고이즘은 우릴 슬프게 한다.
- 버림받은 대통령의 <담화문>을 들을 때.
- 용서하지 못할 자 때문에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 황성 성당 천장 위에 방수한 흔적들... 시간이 지나 마르면 그 상처 자국이 사라질까.
- 기도하고 계시는 수녀님의 미동하는 작은 어깨에서.
- 어느 모임에서 혀만 발달한 어떤 이를 만났을 때. 지우개라도 있으면...
- <솔직히 말해서><솔직히 말해서>라며 말끝마다 해대는 말투를 듣고 있노라면. 도대체 평소에 얼마나...
- 젊은 베르테르의 노란 연미복.
- 평일 저녁 잠시 들른 성당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성가대 연습 소리...
- 해질 무렵 경주 남산 여기저기에서 목 없는 부처를 만났을 때 도대체 머리는...
- <야자>를 끝내고 자정 경 돌아오는 이 시대의 고등학생들의 초췌한 얼굴에서... 아비로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는 말밖엔.
- 초록이 지쳐 단풍 된다고 노래한 시인의 낡은 시집을 뒤적이다가 그가 이 세상에 없음을 알고.
- 잊힌 신부님, 잊고 싶은 신부님이 있는 상처받은 영혼과의 대화에서. 슬픔은 온 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