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멸치 아니고 며르치
나에게는 두 딸이 있다.
2008년 7월, 2009년 9월에 태어난 딸들 중 큰 딸을 소개하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너무너무 좋아하던 아이다.
돌 지나고부터 책으로 놀던 아이,
주말 아침에도 조용해 나가 보면 거실에서 혼자
책을 보고, 유치원 때는 월별 바뀌는 생활주제에 맞춰 환경을 꾸며 놓으면 담임선생님께 돌발 질문을 하기에 담임선생님은 그것에 대해 완벽히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초등 1학년때는 과학의 달 홍보 포스터에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에 대한 글을 보고는 다 알면서 담임선생님을 시험하던 아이였다. 이뿐 아니라 중이염으로 병원에 가 귀 속을 보던 의사 선생님께 의학용어와 하는 일을 말해 의사 선생님이 놀라시며 다시 한번 내시경으로 그 기관을 실제로 보라고 해주셨던 그런 아이였다.
장르를 불문하고 섭렵했다. 그러니 배경지식은 우주처럼 넓고 넓었다. 남편과 나는 그런 딸을 보고 의아했다.
"당신 어릴 때 책 많이 봤어?"
"난 만화책을 많이 봤는데, 자기는?"
"난 학교 끝나면 가방 던져놓고 밖에 나가면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불러야 집에 왔지"
그렇게 우리는 책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는데
희한한 일이었다.
시립도서관 앞 아파트로 이사 온 뒤 스스로 도서관에 가 회원증을 발급받기도 했다.
또 지역 여러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작가와의 만남>에도 찾아가며 참여하기도 했다.
또 암기력이 상당히 뛰어나 교회에서 하던 성경고사에서 매년 상을 탔고 전국 대회에 출전해 상을 받기도 했다. 보태자면 성경고사에서 1등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목사님 자제분들이 받고 틀려봐야 받침 하나로 등수가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라고 들었다. 성경 구절을 다 외우는 일을 하다니
내 딸이지만 너무 신기했다.
그걸 해낸 우리 큰 딸을 시부모님들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그런 아이가 중학교 1학년때부터 책을 덜 읽기 시작했다.
이유는 자기가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쓴단다. 또 트위터에 올린다고 했다.
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뭔가 열심히 쓰는 딸이 나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고 심지어 믿을 수가 없었다.
나름 자신이 인지도가 있고 구독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정작 엄마인 나는 본 적이 없다.
아는 거라곤 <멸치 아니고 며르치>란 아이디뿐.
왜 안 보여주는지 물어도 돌아오는 말은
"부끄럽단 말이야"
"엄마가 보는 건데 뭐가 부끄러워. 보여줘 봐!"
"아직은 아니야~"
속이 터졌다. 노트북 앞에서 뭔가 열심히는 하는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런데 온라인상의 친한 친구가 경기도에서 7월에 우리가 사는 곳까지 놀러 왔다.
그때야 나는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요 녀석이 뭔가 하긴 하는군'
또 평소 아는 작가분께 조언을 구했었다.
그냥 본인이 오픈할 때를 기다려주라고 하신다.
그래 기다리리라!!
그런데.... 그런데!!!
내가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발행하게 되었다.
처음에 도전했을 때 한 번 떨어졌었다.
그 이후 나름의 글을 쓰고 진솔함으로 어필하자 글을 올릴 기회를 주셨다.
내가 글을 쓰려고 10시가 넘은 퇴근 후, 집안일을 서둘러 해치우고 TV가 아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이 큰 딸과 많이 닮았다.
데칼코마니처럼 남편이 나에게 글 쓴다는데 뭔지 보여달라고 한다.
나는 고민도 안 하고
"지금은 아니야."라고 즉답한다.
내가 직접 글을 쓰고 발행하다 보니 큰 딸의 심정을 알 것 같다.
경험만큼 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주은아, 그동안 엄마가 무턱대고
글 보여달라고 떼써서 미안해.
엄마,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