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일하는 곳은 학교다.
2025년 상반기 크고 작은 일들로 나는 힘들게 보냈다. 앞으로 하반기에도 겪을 것 같은 불안함이 있다.
3월 입학식을 하면 대부분 1년을 같이 보낸 뒤 진급을 해 올려 보내는 게 학교만의 타임라인이다.
그런데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갑작스레 담임선생님이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나도 두 딸을 키우는 엄마이고, 고등학교에 보내는 학부모인데 왜 저렇게까지 하시는지 이해하기 힘들 만큼 한 학부모님의 존재가 참 크고 무서웠다.
아니 버거웠다.
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학교에서 내 위치는 제삼자인 것 같은 포지션이라고 해야 할까?
그림자 같은 존재이다.
그럼에도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위경련이 일어나 급히 조퇴할 만큼의 고통이 있었었다.
내 증상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담임선생님은 정신적 고통으로 병원을 다닐 정도였었다.
사회초년생인 담임선생님을 바라보는 나로서는 그저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고,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맡아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2021년까지 나도 유치원교사였으니까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의 어려움을 덜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담임교체란 말을 전해 들었다.
"그럼요, 선생님이 먼저죠.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선생님만 생각해요. 난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맞다 선생님이 먼저였다.
영영 학교를 떠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여름방학 방과 후가 끝나고 말 그대로 담임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끝이 났다.
담임선생님이 편지와 함께 선물을 주셨다.
나는 차마 그 편지를 열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열어 볼 용기가 없어서 서랍장에 그대로 보관 중이다. 그걸 열어보면 정말 끝이 날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나는 그랬다.
올해 3월 나는 크게 마음의 감기를 앓았었다.
학교에 대한 실망감을 느꼈고, 학교가 비겁한 곳이란 생각마저 들어서 내년에는 기필코 다른 학교로 전보를 가야겠다 마음먹으며 새 학기를 맞이했었다. 정말 힘들게 힘들게 눈물로 적응을 했는데...
다시금 2학기를 3월처럼 맞이하고 적응해야 한다니...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좀처럼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
버거운 학부 모니까 경력자를 담임으로 만날 줄 알았는데... 내 희망사항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선생님의 정보만으로는 새로운 2학기가 안심될만한 요인으로 부족했었던 것 같다.
물론 학교에서 어련히 심사숙고한 결정이겠지만 나는 너무너무 불안했다.
그래서 남은 방학 2주 동안 애써 외면하려고 회피하려고 딴청을 많이 피웠다.
혼자 집에 있으면 자꾸 떠오르니까 뭔가를 해야 했다.
내가 결심하고 한 뭔가가 바로 등산이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2주 동안 매일 보냈다.
내 학교 상황을 전혀 모르는 가족들은
"자연인이세요?" "새 직업 찾는 거야?" 하면서 놀렸다.
혼자니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남편에게 위치를 공유했고, 공개했다.
그냥 사진만 본 사람들은 이상하리만큼 오버한다고 생각했을 것인데 그 당시 나는 그런 뜻이 있었다.
2학기 시작한 개학날 나... 개학날 새벽까지 잠을 설쳤는데 피곤하지 않았다. 긴장했나 보다.
학교가 점점 다가올수록 가슴이 너무 세게 뛰었다.
'이 기분 뭐지? 가슴은 왜 이렇게 뛰는 거지?'
이런 날 신호도 한 번 안 걸리고 디렉트로 학교까지 와버렸다.
주차장에서 1학기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먼저 건넸지만 눈물이 나 내릴 수가 없었다.
'나 미쳤나 봐, 왜 눈물이 나는 거야!!'
선생님을 먼저 보내고 꾹꾹 감정을 누르고 눌러 교실까지 누가 볼까 고개를 숙이고 갔다.
교실에 우리 아이들 사진을 보니 또 울컥울컥 눈물이 나는데 내가 왜 이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 겪는 이 기분, 표현력이 부족해서 인가 지금도 모르겠다.
두려움과 부담이 컸다 정도로 말하면 될까?
아니면 혼자 남았음을 깨닫고 겁이 났던 걸까?
점점 학교에 아이들 소리와 교직원들의 소리로 채워지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지금은 누군가의 따뜻한 조언처럼 새 담임선생님과 충분히 대화하려 노력하고 의견을 공유하면서
선생님을 배려하려고 노력 중이다. 감사하게도 담임선생님도 애써주시는 게 눈에 보인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1학기 담임선생님, 우리 아이들에 안부를 말하면서 같이 좋아하고 같이 걱정하는 선생님. 한결 마음이 편해 보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처음은 회피로 시작했던 혼자만의 시간이 이제는 다르게 와닿았다.
혼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정리도 하고, 그동안 내가 없었는데 나를 찾아가는 시간으로 채우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면서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함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는 지금이 너무 좋다.
왜 사람은 큰 고통이 따른 뒤에 깨달음을 얻는 걸까?
고통의 대가가 깨달음일까?
뼛속 깊이 새기라는 뜻일까?
내 인생에서 최고로 더운 여름을 보낸 나는
덕분에 달디 단 깨달음의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