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늙고 싶은 억척 아줌마
요즘 손가락이 아픈 나는 한의원을 다니고 있다.
아침, 머리를 감는데도 통증이 느껴진다...아... 욱신거림이 신경을 거슬리고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든다.
일과가 끝나고 바로 1시 조퇴를 했다.
지난번 학부모들 하교 차량과 겹치면서 혼잡했기에 오늘은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와 한의원으로 갔다.
나는 신데렐라처럼 정해진 시간에 움직여야 하기에 나름대로 미리미리 계획하고 행동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데!!!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오후 진료는 2시부터인데 그걸 생각지 못한 나는 바보다.
바보라며 자책할 때 30분을 이대로 차에 가만있을 수 없었다. 시간이 아깝다.
'무얼 해야 후회가 없을까, 뭔가 떠올려야해!'
그러다 무심코 주위를 둘러봤는데 내 눈에 띄는 표지판이 매우 매력적으로 날 유혹하듯 부른다.
청/주/시/립/미/술/관
그렇다 한의원 건너편이 미술관으로 가는 주차장, 엘리베이터였고 5분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였던 것이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기분 좋게 미술관을 향했다.
비가 예보되었지만 비는 커녕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햇살도 좋아 발걸음도 가벼웠다.
내 발걸음이 가벼운 큰 이유, 남들 일하는 시간에 이렇게 여유를 부린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하하하
엘리베이터를 타고 미술관 입구에 도착했다.
<<다시, 찬란한 여정>> 국립현대박물관과 청주시립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기획전의 주제이다.
이원화 전시라... 흥미로웠다.
여기서 "다시"가 재생을 의미하기도 한데 국립현대박물관은 옛 담배공장을 개조한 곳이고, 청주시립미술관은 옛 방송국 공개홀과 스튜디오를 개조한 곳이란 공통점도 있다.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작품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번째, 최우람 <예쁘게 시들어 가고 싶어 너와> 란 작품은 첫 느낌은 무서움이었다. 아무도 없는 낮시간의 깜깜한 전시실, 의문의 하얀 무언가... 몽환적인 음악이 긴장을 고조시킨다. 작품해설을 보고 이해하면 덜 긴장될까 팸플릿을 보지만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아 결국 프레시를 켰다 끈다. 자리에 앉았고 서서히 움직이는 하얀 무언가가 눈길을 끌고 집중하게 만들었다. 꽃이 지고 피는 과정에서 시들어 가는 한 세대와 피어나는 다음 세대, 되돌아오는 죽음을 연결한 작품이란다. 내 눈에는 하늘로 올라가는 영혼을 보듯 위로 가는 꽃잎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늙어가는 나이기에 언제가 있을 죽음에 나를 투영했는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이우환 <관계>란 작품은 가공되지 않는 자연물과 산업 문명의 조우를 형상한 것인데 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에 의미를 더 두고 보았다. 마치 우리 가족을 보는 것 같았다. 여러 상황에서 속하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가족의 일원이 생각나서 조금 우울했고 하나의 돌을 옮기고 싶다는 생각도 하였다.
앞서서 가족과 관련된 작품을 보고 와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세 번째, 김승영 <쓸다>란 작품에서 나는 보고 또 보면서 한참을 머물렀다. 한참 동안 멍하니 말이다.
내 마음을 그대로 공간에 가득 채운 것 같았고
또 누군가 흘린 눈물 속에 온 몸을 담근 것 같았다. 속리산 법주사 템플스테이에서 울력을 해야 하나 싶을 만큼 아주 인상적이었다.
네 번째, 권하윤 <구보, 경성 방랑>란 작품은 모든 이들이 좋아할 작품이다.
지금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감상하는데 누군가가 떠올랐다.
'그가 보면 좋겠다. 그가 보면 신선한 영감을 받지 않을까? 그의 그림도 이렇게 보면 더 실감날 것 같은데?그림을 안 그리는 내가 보아도 이렇게 가슴 벅찬데 그림을 그리는 그가 본다면 어떤 걸 느끼고 말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예약필수)
세 번째, 김승영 <쓸다>와
네 번째, 권하윤 <구보, 경성 방랑>이란 작품의 느낀 점을 간단히 쓰고 사진을 첨부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직접 경험해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혹 이 글을 보는 독자 중 나와 같은 곳에 사는 분이 계시다면 꼭 가보시길 추천한다.
평일... 혼자서...
오늘 의도치 않은 우연한 기회
2시간동안
내 영혼에 우아함 한 스푼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