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위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온기우체부로 활동한 지 두 계절을 맞이했다.
답장이 오지 않음을 알고 쓰는 건데
오늘 뜻밖에 답장을 플랫폼에서 발견했다.
기분이 참 묘하면서 좋았고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실 오늘 나는 조금 힘이 들었다.
기다리던 가을소풍을 다녀왔던 것이다.
여러 사회적 이슈로 체험학습이 1학기에는 이루어지지 않다가 2학기가 되어서야 나갈 수 있었다.
초등1학년을 지원하는 나는 오늘을 대비해 3월부터 꾸준히 노력했었다.
첫나들이라 기분은 들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새 담임선생님도 첫 소풍이시라 내가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했다. 나는 학교 지인들 사이 만물 가방을 소유한 사람으로 불렸다. 비상약부터 종량제 봉투, 가위, 사진 찍기용 닭인형까지... 더 많다. 늘 빵빵했지만 유치원교사 시절부터 습관이 되어 준비해야 안심이 되었다.
사진도 골고루 찍어 학부모님들의 서운함이 없어야 했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점심 도시락을 안 먹을까 계속 챙겨야 했다.
첫 소풍에 한껏 멋을 낸 도시락이 참 아기자기하니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다치지 않아야 해서 신경을 썼다.
또또 무엇보다 제일 신경 쓴 건 가족들과 나들이가 어려운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이기에 많이 보고 직접 체험해 보고 가을날을 맘껏 즐겨보게 하려 동분서주했다.
그래서 긴장을 하고 신경을 써서인지 두통까지 왔다. 난 늘 이렇다... 체험학습 갈 땐 진통제를 가져간다.
한 알 먹었는데 좀 살만했다.
학교로 돌아와 가방을 정비하고 하교를 시킨 뒤
긴장이 풀렸다.
그냥 순간 이동을 해 내 방 침대에 눕고 싶단 생각뿐이다. 하지만 내 일은 끝나지 않았기에
다시 정신을 차리려 일부러 움직였다.
그러다 발견 한 온기님의 답장...
내 마음에 쿵하고 부딪쳐서 한참을 보고 또 봤다.
이 글이 뭐길래
사람 마음과 생각을 갖고 노는 걸까
힘들었던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배시시 미소 짓게 만들다니.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글귀가 떠오른다.
글씨가 삐뚤빼뚤해도
볼펜똥이 나오는 거친 펜이라고 해도
손에 잡힌 노트를 쭉 찢어 쓴다 해도
그 안에 있는 내 마음만은 진심이다.
받는 이와의 내적 대화 시간을
나는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유년시절 편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의 어깨를 펴게 하고
정면을 응시하게 하고
발걸음은 힘차게 하고
손길엔 따뜻함을 묻어나게 했다.
편지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셌던 것 같다.
오늘 나는 글이 주는
엄청 난 위력의 힘을 새삼 알게 되었다.
뿌듯 뿌듯
이제 조금 있음
오늘의 내 일과는 진짜 끝이 난다.
침대에서 세상 편한 자세로 잠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