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였어요 차도로 뛰어들고 싶었어요 달려오는 버스를 보면서 적당한 각도를 찾아 머리부터 천천히 몸을 기울여보곤 했어요 매일 술을 마시고 춤을 추던 할아버지의 찢어질 듯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요 아빠는 없고 엄마는 울어요 올해 초에 약을 먹었어요 눈을 감았다 깨어나니 가족들이 제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꼭 제가 절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떡진 머리에 부르튼 입술 비슷한 질문이 계속해서 다가오고 멀어져요 아직도 차도로 뛰어들고 싶나요? 출근길에 누군가 저를 밀었어요 눈을 뜰 수 없어서 감았고 숨을 쉴 수 없어서 참았어요 백 일 동안 약을 먹으면 괜찮아지나요 한 알 삼키자 그림자가 떨어져 나가요 잠시 몸이 공중에 약간 뜬 기분으로 살 수 있었어요 모두 이렇게 살아왔군요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며 요즘도 매일 계단 난간에 줄을 매달아 그 안에 눕고 싶어요 마땅한 줄을 생각해보곤 해요 붉은 줄, 굵은 줄, 얇은 줄, 질긴 줄, 그 모든 줄들이 머리 안에 엉켜서 풀어내려다 잘라버렸고 스스로 목을 잡고 눌러요 숨이 막힐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