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완강한 거부 앞에서 그 아이가 끝내 울어버렸을 때, 내가 말했지.
“그래, 맞아. 이건 다 내 잘못이야.”
하지만 나는 이기적이고, 제멋대로 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나는 두렵지도 슬프지도 않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뿐이다. 그래서 숨고 싶을 뿐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동안, 나는 늘 피곤했고, 그 피곤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그렇게나 피곤한 얼굴로, 굳이 다가가지도, 붙잡지도 않으면서 살아왔다. 한 명이 가면 한 명이 오고, 다시 그 한 명이 가면 한 명이 오는 걸 반복했다.
다가오는 건 너의 잘못이었고, 멀어지는 건 내 잘못이었다.
그렇게 하자.
나는 감히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 결말을 알기 위해서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데. 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마무리 짓는 건 늘 못할 짓일까. 어쩌면, 책의 주인공도 참을 수 없는 두려움을 견디면서 그저 살아갈 뿐인지도 모른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싸우고, 이별할 것을 안다면 결코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왜 나는 견디지 못하는 사람일까. 머리 속으로 길게 쓰고 지운 말을 나는 끝내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다.